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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장날이다.
거의 석 달만인가?
재난지원 카드도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래시장 고고!
우선 구경도 식후경이라...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단골 순댓국집으로.
오늘도 맛은 변함없네.
재난카드로 2인분 16,000원 지불.
이리저리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동안 고독했던 인간들이
이곳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 같다.
노점에 펼쳐놓은 생선 좌판.
갈치와 가자미가 먹음직스럽다.
쥔장이 칼로 토막 내 검정 비닐 주머니에 싸서 내민다.
25,000원!
재난지원 카드를 내밀었더니 안 받는단다.
난감하다. 칼로 토막까지 냈는데...
할 수 없이 은행 카드를 내 밀었더니 또 현금 박치기란다.
세상에?
현찰이 없잖아. 이걸 어째?
"왜 안 받아요?"
"우린 그 딴 거 안 받아요"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
시장에 노점 펼쳐놓으면서 현찰 받아 챙기고 세금 탈세하겠다는 심보다.
정직한 장사는 없는 것일까?
할 수 없이 근처 농협에 가서 은행 카드로 현찰을 뽑아 생선값을 지불했다.
"백화점에서 쓰지도 못하고 재래시장에선 받지도 않는 재난 카드.
왜 만들어 준 거야?"
기분 상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지은 책 '썩을년넘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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