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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녀석들은 우리네 동거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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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우리네 동거 가족이다.


 

어느 새 매섭기만 하던 추위는 다  건너갔다.
우리 집 녀석들 데리고 공원 산보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오는 모처럼의 기회를 잡아 우리집안 동거 가족 얘기를 꺼낸다.
애완견 '시츄'얘기다.
이런 얘기 무지 께름직하게 듣는 사람들 많이 있는 줄 안다.
그 분들 문 닫고 나가시면 된다.
뭐라고 한마디 내 뱉고 나가시는 분들 있는 줄도 잘 안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기분 나쁘지 않다.
내 귀여운 동거 새끼들이니까. ㅋ

오랜만에 만난 나의 친지들은 으레 묻는 안부가 있다.
"돌비, 새비 잘 있어요?"
ㅎㅎㅎ 무지 고맙고 반갑다.
이상하게도 얘네들 안부 물으면 나는 한 순간 바보처럼 된다.
신나게 계속 얘네들 얘기만 늘어 놓으니 듣는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겠다.
 
"자~ 이렇게 몰라보게 컸습니다. ㅎㅎㅎ
겨울이라 털들을 컷트 하지 않아 '시츄'의  본 모습이 나오네요.
털이 풍성한게 보면 볼수록 귀엽죠?.




큰 놈 '돌비'다.
지지난 해 담석증으로 몇달 고생하다가 죽음 문턱에서
겨우 새 생명을 받은 녀석이다.
역시 큰 놈 답게 말없이 점잖은 녀석이다.
단골 동물병원 원장이 가끔 그런다.
"아휴~! 일산에 원빈이 왔네~"
물론 잘 생겼다는 칭찬이다.



둘째 녀석 '새비'다.
털이 눈을 가려 핀으로 머리를 정리했다.
완전 귀여움 독차지하려는 욕심쟁이다.
모르는게 없는 똑똑한 놈.
아이큐가 아마 100은 넘을 것 같다. ㅋ

*
그동안 얘네들 얘기 못해드려 몸이 근질근질 하던차에 잘 됐다.
욕 먹어도 오늘 시원스레 다 얘기해야겠다.

나의 블러그를 엿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리네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시츄종으로 '돌비'와 '새비'두 녀석 모두 사내녀석들이다.


돌비는 8살 새비는 5살이다.
두 녀석 모두 어렸을적 우리네와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네식구가 한 통속이 되어 지지고 볶으며 잘 지내오고 있다.

내가 암으로 서울대 병원에 누워 있었을 때도
나는 이 녀석들의 안부를 매일매일 물었을 정도로
우리네는 이 녀석들에게 빠져 들었고
녀석들도 우리에게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그런 끈끈한 정을 주었다.


인연이란 정말 인간과 인간으로만 교류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녀석들과 함께 기거하고 부터 알게 되었다.

아들과 딸들이 모두 짝을 맺어 출가하고 부터는
호젓한 집안 분위기를 이 녀석들이 대신 바꾸어 놓았다.
잠도 같이 자고, 밥도 식탁에 의자 하나씩 놓고 앉아 꼭 같이 먹는다.
신통하게도 이 녀석들은 우리네끼리 하는 말의 70% 이상은 알아 듣는다.
8년여를 같이 생활하다보니 직감으로도 알아 듣겠지만
우리네의 행동만으로도 이 녀석들은 벌써 눈치를 챈다.
다만 말들을 못하지만 넷이서 생활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아내와 내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자기네들을 데리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네끼리만 나갈 것인가를 귀신처럼 알아 채린다.
또 아내와 나와의 대화중에 누가 곧 도착할 것 같다라고 말을하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현관바닥에 나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새삼 놀래고 있다.
마음 씀씀이가 인간들 이상이다.


또한 이 녀석들의 무한한 충성심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까?
나나, 아내가 외출했다가 집으로 들어오면 현관에서부터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법썩을 피운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한참을 안아줘야 그 때 비로써 겨우 진정이 된다.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큰 녀석 돌비가 담석증에 걸렸다.
동네에 있는 단골 병원에서 1차, 2차 수술하고도 완쾌하지 못해
드디어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3차 대수술을 받았다.


그 간의 고생은 아내가 얼마나 했는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을 정도로 지극 정성을 다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 가슴 아파했다.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나역시 고통스러웠다.

수술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어찌 생명을
짐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포기를 할 수 있겠는가?
건국대 의료진들은 인간들과 똑 같이
수술하기전 실패할 경우 '自然死'에 동의 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아내는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으면서
돌비를 달래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추었다는 건국대에서
큰 놈은 수술을 마치고 거의 3주일이나 입원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번씩 아내와 나는 경기도 일산에서 건대까지
그 먼거리를 마다하면서 면회를 왔었다.


얼마나 말랐는지 몸은 뼈가 보일정도로 앙상했고 온몸에 붕내를 매고 있었고,
목욕을 하지못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중에도 녀석은 우리네를 보더니 꼬리를 쳐대었다.
그리고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난  그 때 돌비가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우리 모두 눈물을 닦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랬다.
돌비가 짐승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었다.
그냥 한 인간의 식구였다.
그래서 더욱 그 생명의 울부짖음이 우리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이제는 건강해져 옛 모습을 찾은 돌비와 그리고 아우 새비.
공원 산책중 엄마가 따라 준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다.
형 돌비부터 마시고 나서 동생 새비가 그 물을 먹고 있다.
먹는 것에 있어선 꼭 서열이 있다.
개구쟁이며 성격이 사나운 아우 새비가 그 '룰'만은
어떻게 지키는지 정말 신통방통하다.

*

일요일. 정확히 새벽 5시 30분.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운동을 시키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돌비가 병원에서 퇴원하고부터는 줄곳 변함없이 하는 운동이다.

때로는 일어나기도 싫고, 몸이 말을 안들을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도저히 들어누워 있을 수는 없다.
그들 '기다림'을 몰인정스럽게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아내의 성화에 나는 입술이 서너발 튀이 나오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관 문을 나서야 했다.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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