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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아내는 '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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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완전 탈렌트 폼이다.
언제 저런 기질이 있었나? 신기하다.

1.
몇해 전 <여보야!>의 부부 그림 에세이 책이 출간되고 부터이다.
소위 메이져 신문이라고 일컫는 몇몇 신문에서 특이한 책이라면서 
나를 취재하여 각기 문화면 톱으로들 장식했다.
그리고나서 부터는 각 여성지등에서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출판사 팩스는 책 주문으로 불이 날 지경이었다.
출판 3일만에 재판을 찍었다.
조그만 출판사였는데 입이 짝 찢어졌다.
그러나 한창 불이 붙었을 때 계속 광고를 해야 했었는데
워낙 가난한 출판사라 뒷돈을 못대고 말았다.
ㅋㅋㅋ
출판시장이라는 것은 냉정했다.
돈 놓고 돈 먹긴데, 밑천이 없었으니...
아쉽게도 그 책은 겨우 재판에서 멈추고 말았다.

책 출판이라는 게 다 이렇다.

그 다음해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우리 부부야, 웬수야?>를 출간했다.
모 인터넷 신문에 연재했던 그림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다.
역시 내용은 부부의 생활을 그림과 글로 엮은 에세이 형식의 책이었다.

이번 역시 신문, 잡지,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책을 낸 출판사에서는 베스트를 때렸다고 좋아라고 난리 부루스를 추었다.

"선생님, 교보에서 작가 사인회를 준비했습니다"
"선생님, 어디서든 인터뷰 요청오면 절대 거절하시면 안됩니다. 아셨죠?"

"아하~! 하루 아침에 뜬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이번엔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자신을 정리 해야만 했다.
나를 잠간 잊고 있었다.
라디오, 잡지에는 나갈 수는 있어도 TV는 사양을 했다.
심지어 KBS의 아침프로 '아침마당'에 PD가 출연해달라고도 했다.
솔직히 아까웠다.
절호의 책 홍보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암환자였다.
치료중이었다.
그것도 안면부위의 수술이었기에 인상이 바뀌었던 것이 첫째 이유였다.
수술 전까지만해도 한가닥 했던 얼굴이였는데 한순간에 팍 가버렸다.
삐닥하게 된 얼굴로 TV에 나갈 자신이 없었다.
목숨 건진 것만으로도 신께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또 투정을 부린다.
쯧즛쯧...

출판사에겐 대단히 미안한 일이었다.
역시 몇판에 그치고 말았으니...

2.
현재 '부부'에 관한 책은 외국 번역서를 포함해서 수도 없이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을 주제로해서 에세이 형식으로 다루어 진 책은
오로지 내가 그림 그리고 쓴 책외에는 아직까진 없다.
나는 바로 이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것이였다.
출판사와 나와의 생각이 같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부부의 얘기란 늘상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또 누구나 겪는 어쩌면 사소한 일들이라 관심을 가지면 재미있고,
관심이 없으면 그저 그런 얘기로 될수도 있다.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새로운 출판기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다.
이제부터 천천히 좋은 아이템을 설정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 생각은 출판사나 작가나 마찬가지다. 




ㅎㅎㅎ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지고 말았다.
나 때문에 덩달아 바빠진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아내였다.

대게 이런 테마의 책들은 여성잡지에서 많이 다룬다.
그러지 않아도 기획안제출에 골몰이를 앓아 오던 기자들에겐
참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남편, 고부갈등, 등 등의 얘기니까 끝이 없다. 

나보다도 아내의 인터뷰가 더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지기자들은 아내를 붙잡고 늘어졌다.
아내는 상당히 난감해했다.
하지만 책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응하고 만다.

그래서 며칠동안 이 잡지 저 잡지 에서
취재기자, 사진기자 그 밖에 조명기구들 까지 동원해
거의 반나절을 밖에서, 집에서 북새통들을 하고 돌아갔다.

3.
"남편의 손을 잡으세요. 꼬옥 잡으세요 "
"남편 가까이 붙어 서야지요. 바싹 더..."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던 아내도 몇번의 취재에 이골이 났는지
이젠 사진기자의 주문에 스스럼이 없다.
내 손을 꼬옥 잡기도 하고,
나를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눈을 맞추기도 한다.
물론 취재기자의 대답에도 막힘이 없다.

진땀이 난다.
닭살이 온몸에 솟는다.
<이 여자가 왜이래? 주책스럽게...>
드디어 젊었을 적 아내의 '끼'가 이제 발동이 걸린건가?
탈렌트 기질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히히히...
그러나 솔직히 싫진 않다.
이게 얼마만에 잡아 본 아내의 손인가.
아직도 변함없이 보드러운 촉감이 옛날 그대로다.

다들 이상스레 생각들 하겠지만 인생 연륜 60이 넘어선 나로서는
사실 아내 손 만지기란 주책스런 일이 아닌가.

그러나 다행이다.
우리부부 모두 말 잘 못하는 쑥맥들이라면 취재기자가 얼마나 애를 먹었겠나?
더구나 사진기자들은 땀 깨나 흘렸을 것이다.
"최근 인터뷰한 분들 중에서 제일 말씀 잘하시는 것 같아요"
취재기자가 현관 문을 나가면서 아내에게 한마디 한 말이다.

그래!  아내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썼고,
또 아내 때문에 이렇게 인터뷰도 가볍게 끝났으니 고마워해야 되겠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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