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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누나야, 여보할래?"의 '앤'이 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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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죽여주는 맛집 찾았어요! 오세요"


벌써 몇번째의 약속인데 나로 해서 어긋났다.
정날 미안한 일이다.
드디어 오늘, 토요일 저녁시간에 그들의 초청에 응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 기찬 삼겹살 사가지고 갈테니
옥상 베란다에서 구워먹으면 어때요?"
"아니예요. 오늘은 그냥 오세요.
우리가 감춰두었던 정말 맛있는 집을 소개할께요.
선생님 모실라고 찜해 둔 집이거든요 ㅎㅎㅎ"

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돈다.
맛을 찾아간다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래, 오늘은 그들 초대에만 응하자>

그리고 솔직히 6상 연하의 남자와 사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일산에서 곧장 지유로를 타고 그들 부부가 살고 있는
파주의 통일동산 옆마을은 불과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앤과 부군 'Z'는 벌써 아파트 앞에 나왔다.
"바로 맛집으로 직행하시죠?"
젊으니까 동작도 빠르다.
내 성격에 맞는다.
나는 나이 먹었어도 느릿느릿 행동하는 사람들 꼴을 못본다.
이들 부부가 그래서 난 좋다.
예쁘지 않는가?
둘이서 팔장끼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6살 연하의 남성과 사는 '앤'
그리고 6살 연상의 여인과 사는 'Z'

'앤'님은 실제로는 조블에 내 선배다.
2006년 5월 18일에 문을 열었다.
나는 작년 8월에...
그러니까 한 1년여를 앞섰다.
그러나 '앤'님은 문만 열어놓고 있었다.
일찌감치 땅을 확보해놓고 있었든 것이다.
ㅋㅋㅋ 복부인처럼...

뒤따라 들어온 내가 설래발을 치고 '앤'님을 꼬득였다.
빨리 집을 지으라고...
ㅎㅎㅎ
대충 조블의 사연은 이랬다.





통일동산의 전망대를 옆으로 끼고 바로 지나자마자
'산에 들에'라고 간판이 붙은 음식점이 보인다.

넓은 야외에 놓인 식탁들과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오리, 삼겹살, 등갈비등을 훈제해서 내놓는 모듬 메뉴가
참 맛깔나고 먹음직 스럽다.
약한 숯불에 훈제된 고기를 약간만 구어 입맛에 맞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반찬으로 가지런히 짜른 '묶은지'도 별미다.
물론 소주를 안 시킬 수 없다.

'Z'(앤님의 남편)는 술 체질이 아니래서 '앤'님과 나와 둘이서
거뜬히 각 1병씩 해 치웠다.
참고로 '앤'님의 술 실력은 맛깔나는 사람 만나면
수주 한병은 아무렇지도 않단다.
그래서 만나서 즐거운 사람들끼리니 소주 두병은 순식간이다.
시간도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음식값은 전망 좋은 분위기 값을 더해 좀 비싼편이다.
물론 아베크족들을 겨냥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다음 번엔 일산의 '애니골'에서 원수를 갚아야지 ㅎ>





어느 새 어둠이 주위에 살며시 내려 앉았다.
지금까지는 둘이서 서로의 모습만 사진으로 남겼는데
오늘은 모처럼 둘이서 한 앵글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찌든 세상에 물들지 않고 아이들처럼 동심속에서만 노는
연상연하의 착한 부부들이다.





저녁도 근사하게 먹었으니, 다음 코스는
이들 집에가서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원두커피를 맛봐야 한다.

특히 'Z'는 원두커피에 대해서는 상당한 집착이 있다.
직접 각나라의 대표적인 원두 콩을 사서 직접 굽는다.
특별한 취미를 넘어서 거의 프로급이다.
오른편에 있는 원두 콩 분쇄기는 이번에 일본에서 직접 주문해서 구입한 기계다.
일본 돈으로 약 30만엔 정도란다.
커피의 맛은 어떤기계로 가는냐에 그 맛을 좌우한다고 했다.
글쎄, 내가 맞장구를 쳐 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원두 맛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을 것이다.
ㅋㅋㅋ

참! 며칠전엔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 머신기도
인터넷으로 독일에서 구입했다고
와서 맛을 보라고 야단이다.






몇년 전에 러시아에 여행 다녀온 친구가 나를 위해 특별히
사다 준 꼬리가 길게 느리워진 털 모자다.
영화 같은 곳에서 보면 배우들이 가끔 이런 모자를 쓰고 나온다.
나는 이 모자를 'Z'에게 선물했다.
내가 쓰는 것 보담, 모자를 좋아하는 'Z'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졌다.
선물해서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그것 역시 보람이다.





'앤'님의 깔끔한 작업실이다.
내방의 쓰레기 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각종 메모지들이 빨래줄에 꼬마집개로 가지런히 물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Z'님의 작업실에도 역시 마찬가지.

지금 '조블'에 인기 연재되고 있는 '누나야! 여보할래?'의
100회까지의 콘티가 빽빽히 적혀있는 메모지들이다.
'앤'님의 야심작이다.

내용도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요즘 세태의 나이를 초월하는 결혼관에
딱 맞는 아이템인데 짝퉁 글들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와 당황하고 있지만,
'앤'님의 그림과 글은 그것들과는 완전 차별화된 것이기에
별로 상관 없을 듯 하다.


그림에 필요한 각종 자료들도 온 벽을 도배하고 있다.
주인공의 '커스튬'에도 많은 자료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열과 성의를 다해서 앞에서 끄는 '앤'과
뒤에서 밀어주는 'Z'님.

둘이서 함께하는 하나의 작품이 정말 크게 기대된다.


아직도 살아 온 세월만큼 더욱 일할 수 있는 그네들을
은근히 부러워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나와야 하는 시간이다.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선생님, 앞으로 이런 자리 자주 해요. 서로 정보교류도 되고
좋은 말씀 우리를 깨우쳐 주시거든요"
"오늘 나도 많이 배웠어요. 역시 젊은이들과의 교류는 필요할 것 같아"

'앤'님, 그리고 'Z'님!
좋은 밤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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