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모님
창작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때로는 힘에 부쳐 지칠 때가 있다.
요즘은 조금 게을러져서 그렇게는 못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부, 고부의 이야기를 매일 블로그에 올렸다.
나 자신 스스로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끈질기게 10여년동안 블로그 운영을 해왔을까?
물론 그 덕에 이번 책<썩을년넘들>까지 6권의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블로그를 통해서 얻은 최대의 수확인걸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 없다.
그러나 나 자신이 블로그에서 버틸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뒤에서 밀어준 여러분의 응원과
그리고 또 한분의 고마운 사람이 계셨다.
오늘은 이분 얘기를 처음으로 풀어 놓는다.
7년전 쯤 일이다.
중앙일보 산하의 조인스에 블로그를 열고 매일과 같이 글과 그림을 올리고 있었을 때다.
그때쯤은 방문객 조회가 거의 1천만 명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지금은 1천7백만 명이 넘어섰다>
“선배님! 선배님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는 제 동창이 있습니다. 얼굴 한번 보여 주세요”
어느 날 같은 블로그 이웃지기 오화백이 블로그를 통해 쪽지를 보내왔다.
오화백은 부산고등학교 출신으로 나하고는 동향은 아니지만 10년이나 차이가나는 후배였다.
“나를? 어느 분이?”
“ㅎㅎㅎ… 튕기지 마세요. 그 친구내외는
매일 아침 선배님 올리는 글과 그림을 보는 재미로 하루를 여는 친구인데
선배님을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얼마나 조르는데요”
참 별일도 많다고 생각했다.
내 글과 그림이 뭐가 그리 유익하다고?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부부, 고부의 살아가는 얘기들이지만.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해서 사양했었다.
그러나 오화백의 말대로 너무 튕기는 것도 팬을 위한 배려가 아닌 것 같아
몇번을 미루다가 승낙을 했다.
그렇게 해서 며칠 뒤 나는 경기도 일산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남번화가의 어느 번듯한 외식 집에서
스스로 왕 팬이라고 자처하는 찌모(닉네임)님을 만나게 되었다.
“직접 모셔야하는데 멀리 계시는 선배님을 이곳까지 오시게 해서
예의가 아닌 줄로 압니다. 용서하십시오.
도대체 어떻게 생기신분이 저를 홀렸는가 솔직히 꼭 뵙고 싶었습니다”
찌모님은 전직 모 커피식품의 이사를 지낸 분이었다.
역시 오화백과 같은 부산토박이여서 첫 인상부터 화끈한 성격을 보였다.
그날 찌모님을 만나 후한저녁을 대접 받았고
그리고 그가 대기 시켜놓은 콜택시로 일산 집까지 편안히 왔었다.
강원도 고성의 대진항 횟집에서. 오른쪽이 찌모님. 2008년 3월
그 후로도 찌모님은 계속해서 강원도 대진의 금강산콘도, 설악산 등등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나의 조인스 블로그 방문객 1천만 명 돌파 기념으로
강남의 어느 외식 집을 통째로 전세 내어
내 블로그 팬들 10여명을 선정해 근사하게 한턱을 쏘아준 일이었다.
철마다, 강원도 옥수수, 시래기, 등등도 연락 없이 택배로 보내왔고
심지어는 나의 지병인 암 치료에 좋다고 와당을 수소문해 택배로 부쳐왔다.
지난번 책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는 발간 즉시 30여권이나 사주었다.
이번의 <썩을년넘들>역시 부산 고교 동창들에게 보낸다고
1차로 40여권이나 사전 주문을 했다.
도대체 늙은청춘(ㅋ) 내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변치 않는 사랑(?)을 주는 걸까?
찌모님은 조건이 없었다.
무조건 나를 좋아하고 내 그림을 좋아했다.
그러나 가난(?)한 나는 그 대가를 갚을 길이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선배님! 두 딸년 좋은 배필이나 괜찮은 넘으로 소개해주세요.ㅋㅋㅋ”
내 아내가 평소에 늘 말한다.
“세상에! 뭐, 그런 호인도 계셔? 당신이 뭐가 좋다고.”
“그러게 말이야. 나, 원~참!”
나는 오늘도 행복에 젖어있다.
인생 말년에 이런 인복을 타고 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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