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

시원한 냉모밀에 한 여름을 담군 남자

728x90

 

 

 

 

 

 

“우리나라 4계절 중에서 여름은 빼버릴 수가 없을까?”

몸속에 열이 많아서일까?

나는 원체가 더위를 못 참는 성격이다.

그래서 무더위가 찾아오면 수시로 해보는 투정이다.

올 더위도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벌써부터 왕짜증이 난다.

 

 

마눌을 졸라 단골 국수집으로 향했다.

꼭 1년 만에 보는 주인장은 반갑게 맞이한다.

또 한 여름 내내 이집을 쥐방울 드나들듯이 들랑거려야할 판이다.

어느새 내 식탁 앞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냉모밀 그릇이 와 있다.

봐라! 얼마나 먹음직스러운가?

면을 얼음육수에 휘휘 저어 한 젓가락을 듬뿍 떠 입으로 물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넘의 구강암으로 해서 방사선치료를 30회 받고서 통각을 잃어버렸다.

통각(痛覺)은 맵고, 뜨거운 것을 먹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담당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세상 다하는 날까지

소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고를 내렸다.

그 좋아하던 김치찌개, 라면, 낙지볶음, 아귀찜, 매운탕,

심지어는 일상 먹는 김치와도 영원히 작별해야하는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천만다행히도 미각은 살아남아있어

오늘 같이 즐겨먹던 냉 모밀을 다시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는 그래서 불쑥 튀어 나온 말이다.

 

 

 

 

 

 

일기예보에선 오늘도 32도라고 한다.

이제 겨우 무더위 초반일 뿐인데

나는 벌써부터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있으니 정말로 걱정스럽다.

도대체 냉모밀 집으로 아예 하숙을 쳐야 할까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