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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8학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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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부모의 용돈 - "큰넘하고 자근딸이 이번 달 용돈 보내 왔능가?" "안즉이여…" "고얀넘들이구만. 전화 넣어봐." "아이고매~ 쪼까 참아보시오. 즈그들 먼 딱한 사정이 있을낀데 워치케로 눈치없시 달마다 꼭꼭 용돈을 달라고 한다요" "그래도 그런게 아니여. 부모들은 자슥 낳아서 기르고 공부 갈쳐서 결혼꺼정 시켜주었잖여. 자슥은 당연히 부모 은덕을 알아서 갶는게 원칙이제. 그라지않고 부모들이 잘 살고 있응께 용돈 가튼거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뭉게버리능거시 잘못된 생각이제" "..................." "용돈 받으면 그 돈 우리가 냉큼냉큼 쓰는 거 아니잖어. 달달이 모았다가 손지들 올때마다 아그들헌티 듬뿍 주잔혀?" "..................." "그렁께 시방..
'식탁이 온통 풀밭이잖아!'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식탁이 온통 풀밭이잖아 - 사람이란 동물은 자고이래로 현재 자신의 처지를 알아야 한다. 특히 8학년 철부지들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마누라가 애써 차려놓은 밥상을 끽소리 없이 먹어야 한다. 어디 감히 마누라를 쳐다보고 "내가 토끼 새끼야? 온통 식탁이 풀밭이잖아!" 간덩이 부은 불평을 하다니! 쯧쯧쯧!
곱게 늙을 수는 없을까? "어휴~ 8학년이랍니다!" - 곱게 늙어갈 수는 없을까? - 세월아! 부탁 하나 하자. 이왕지사 늙어가는 몸 추하게 말고 곱게 늙어갈 수는 없을까?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 여기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여자를 소개한다. 아내 평생, 손에 물 안묻혀 살게하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한 나의 여자다. 그녀의 이름은 '아내'도 아니고 '마누라'도 아닌 '마눌님'이다. 내 어찌 감히 백수, 삼식이주제에 '마누라'로 낮춰 이름을 부를 수 있는가? 결혼 첫해엔 '현자'씨 라고 부르다가 첫 아이 낳고는 '현자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어찌어찌 백수가 된 후 철도 없이 이름 빼고 '마누라'라고 불렀다. 내몸의 간덩이가 쇳덩이처럼 굳어 졌을 때였다. 그 얼마 뒤 나는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부처처럼 허울 좋은 내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 즉시 '마누라'를 개명해서 '마눌님'이라는 존칭어를 썻다...
마누라가 짜증나면...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가 짜증나면... - 인마! 그 나이에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 부리지 마. 그리고 국이나 찌개 국물을 식탁에 흘리지도 말고. 마눌이 짜증나면 국도 찌개도 없는 마른 반찬을 줄 수도 있단 말이야. 밥 먹고 나서 물도 네가 직접 따라 먹어.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해. 지금 네 위치가 마눌에게 물심부름시킬 나이가 아니라는 걸 왜 모르니? 설거지? 누가 하냐고? 인마! 그걸 말이라고 해? 밥숟갈 놓자마자 얼른 빈 그릇 챙겨 개수대에 집어넣고 수세미에 세제 묻혀 깨끗하게 설거지 마무리한다는 거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앞에 앉은 친구 녀석이 내 술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라주면서 어렸을 때 엄마처럼 야단 세례를 마구마구 퍼붓는다. 어휴~! 어휴~!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 8학년 여러분. 지금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지금 꿀이 뚝뚝 떨어집니까? 뭐 그래봤자 어디 젊은 날 만 하겠어요? 삶의 필름을 잠시만 돼돌려보면 몇 달 사이에도 주변에 황당한 일이 정말 많이 생기 더라고요. 그것도 며칠 전에도 멀쩡하게 아침 마다 인사 카톡 보내던 놈 연락 두절 되고요. 즈그 자식들 잘 산다고 마구마구 떠벌 리며 골목골목 누비며 폐지 줍던 그 영감 쟁이도 요즘 모습 감췄고요. 옛날 소주 한잔 마시다가 진보니 보수니 거품 물고 정치얘기하던 골통 그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죠. 산 좋다고 주말마다 건강 챙기며 이산 저산 등산 가자 조르던 절친 그놈 졸지에 심장 마비로 저 세상 가버렸죠. 빌딩 몇채 가졌다고 어깨에 힘주던 술값 밥값 ..
뻥이여~ 뻥!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뻥이여~ 뻥! - 며칠 전 일산 5일장이 열렸다. 마누라는 나를 앞세워 집에 있던 옥수수알갱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곧장 뻥튀기 가게로 향했다. "뻥이요~! 뻥~!" 뻥튀기 아저씨의 큰소리와 함께 옥수수 알갱이는 100배나 커져 쏟아져 나왔다. 나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긴 옥수수 알갱이를 어깨에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나는 사람마다 끙끙대는 내 모습을 보고 낄낄대고 웃었다. 8학년인 나는 조금 창피했다.
마누라에게 졌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에게 졌다 - 나는 죽을힘을 다해 용심을 썼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아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을 타고 오르더니 머리 꼭대기에 올라섰다. "당신, 아직 모르는 거야? 남자가 여자에게 정복당해야 가정이 평화롭다는 거. 억울하지 않지? ㅋㅋㅋ" 아내는 통쾌하게 웃음을 날렸다. 졌다!!!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부터 아내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크나 큰 나의 오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