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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8학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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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해요! "어휴~ 8학년이랍니다!" - 걷기 운동 - “여보! 마트에 가서 파 한 단만 사 올래요? 깜빡 잊었네” “그래요. 갔다 올게” 나는 냉큼 일어나 마트에 가서 파 한 단을 사가지고 왔다. 마트까지는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다. “어마! 어쩌지? 들기름도 떨어진 걸 몰랐어. 한번 더 갔다 오면 안 될까? 당신 운동되고 좋잖아요.” 나는 또 냉큼 일어섰다. 싫은 표정 1도 없이. 마누라 말이 틀린 곳은 하나도 없다. 집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짧은 거리라도 걸으면 운동되어 좋고 마누라 부탁에 군말 없이 심부름해 주어서 좋기 때문이다. "여보! 또 잊은 거 없어요?" 나는 운동화 끈도 풀기 전에 주방에 있는 마누라를 어린아이처럼 조르고 있다. 어휴~ 8학년 나, 이렇게 변하다니...
왜 마누라가 무서울까?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왜 마누라가 무서울까? - 한 노인에게 물었다. "90세 이후까지도 부인에게 다정히 darling! honey! lover!라고 부르시는데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노인 왈, "마누라 이름을 10년 전에 까먹었는데 무서워서 물어보질 못했어..."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듣고 웃고 말았다. 그러나 이게 웃을 일인가? 오늘 아침에 나도 마누라 앞에 다가서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왜 마누라 앞에서만 서면 남자들은 지레 겁을 먹을까? 마누라의 사나운 눈초리에 기가 꺽여서? 어휴~ 이 식은땀을 어떻게 해?
염치 없는 녀석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염치없는 녀석 - 젊었을 적 나는 칠십까지만 살아도 감지덕지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칠십을 가볍게 뛰어넘어 팔십, 그리고 한두 해를 넘어 오늘까지도 펄펄 살아 있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아니, 그제 아침. 그끄제 아침에도 자리에서 가뿐히 일어나 창조주님이 베풀어 주신 고마운 날들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창조주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 자신이 염치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다. 너무 염치없는 낯 두꺼운 녀석이다.
8학년의 인상 "어휴~ 8학년이랍니다!" - 8학년의 인상 - " 야, 인마! 너 누구니? 그걸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니? 나도 인상이 더럽지만 네 얼굴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구나 도대체 어디서 온 놈이야? " 오늘 아침 화장실 거울에 나 말고 험악한 강적이 불쑥 나타났다. 놈은 찌그러진 인상으로 계속해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 누... 누구냐고? "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
'백수'와 '삼식이'구별법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백수 & 삼식이 - 백수? 실직상태의 인간. 땡전 한 푼 벌지 못한다. 그러면서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허우대 하나로 밖에서 똥폼만 잡는다. 삼식이? 직장 은퇴한 퇴물인간. 집 밖에는 얼씬도 안 하고 줄 창 집안에서만 마누라한테 수시로 쥐어 받으며 쪼잔스럽게 삼시 세끼 밥만 찾아 먹는 ‘한심한 인간'. 나는 어느 쪽일까? 백수인가? 삼식이인가? 얌마! 뭘 물어보니? 양쪽 날개 다 달고서! ㅋㅋㅋ
초조한 나날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초조한 나날들 - 가끔은... 아니, 자주자주 추억 속에 엉켜 있다가 겨우겨우 헤어 나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아니, 자주자주 굵은 주름으로 굴곡진 얼굴 모습에 소스라쳐 놀라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 그렇게 해서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늙어가는 가 보다. 세월아! 나만 이러니? '초조한 나날들' 말이야.
마누라! 나, 백수 탈출했어!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실로 오랜만에 그린 詩集 표지 - "강선배! 친구가 시집을 한 권 내는데 표지그림 청탁할게요" 약 한 달 전에 절친 소설가 Y 씨에게로부터 정식 일러스트 청탁을 받았다. 헐!!! 인생 8학년에 받는 정식 원고 청탁이다. 만년 백수로 인생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일러스트 청탁이라니? 그것도 두둑한 화료를 사전에 건네받은 청탁이다. 다음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그리고 또 그렸다. 내 마음이 흡족할 때까지. "유형! 지금 막 따끈따끈한 책 받았어요. 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까? 화료, 고맙소!" " 출판사 李후배! 책 편집 멋져요!" "그리고, 마누라! 나, 백수 탈피했어! 어때? 나, 아직 쓸만하지? ㅋ"
무엇을 망설이나?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무엇을 망설이나? - 83세.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살았다. 이만큼 살아온 것도 그저 고맙기만 하다. 언젠가는 내 아픔이 절정을 달았을 때 구차하게 요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생의 연명을 질질 끌지 말자. 나 자신도 괴로운데 옆에 가족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망설이지 말자. 누구나 똑같이 인생의 끝은 온다. 무서울까? 단지 순간일 뿐이다. 자~! 훌훌 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