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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갈딱지 / 웬수
아내의 휴대폰엔 내가 ‘소갈딱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앉았고
내 휴대폰엔 아내가 ‘웬수’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왜 소갈딱지야?”
“성질이 더럽잖아”
“..........”
이번엔 아내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웬수'야?”
“내가 하는 일마다 웬수처럼 야단치잖아”
결혼하고 나서 스마트폰이 탄생한 처음 시절에는
서로의 닉네임을 ‘공주’, ’ 왕자’로부터 시작해
‘마님’, ‘아빠’로 몇년의 세월을 희희낙락거리 더니
우리 부부의 닉네임은 어느 사이 ‘소갈딱지’와 ‘웬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여든셋의 영감과 이른 일곱의 마누라는
이러면서 아이들처럼 삐지고, 화내고, 지지고, 볶으면서
50여년의 세월을 철없이 살아왔다.
이제는 아내나 나나,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 막바지까지 왔다.
서로의 휴대폰에 박힌 닉네임을 고쳐달라기에는
왠지 쑥스럽기도 하다.
그냥 그대로 사는 날까지 살 수밖에 없다.
“소갈딱지야!”
“웬수야!”
둘이 참 잘 만났다.
천생연분이다.
에구~!
*첨부*
휴대폰에 ‘소갈딱지’, ‘웬수’라는 닉네임으로
저장된 부부가 우리네뿐인 줄 알았는데
의외에도 많은 부부가 그렇게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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