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내 반쪽 찾아오기 대작전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kbs-tv 남산 시절에 근무하고 있었을 때였다.
연극 연출을 하고 있는 M이라는 친구가 명동에 주막을 부업으로 낸 적이 있었다.
M은 개업하는 날 동창후배며 친한 친구들을 불렀다.
나도 응당 초대되어 갔다.
내 자리는 원탁으로 된 메인테이블에 10여명이 앉는 자리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막걸리 주전자가 몇 순배 돌아가더니
이내 서먹한 분위기는 싹 가셨다.
내 정면으론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한 것 같은 앳돼 보이는 여성 한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검정 가죽 초미니스커트에 검정 망사 스타킹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 날 많은 사람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상스럽게도 그 녀와 유난히 많은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녀는 친구의 같은 학교 후배로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사진을 전공했다는 말에서 나의 관심은 더욱 부풀었다.
오늘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순간 떠오르는 작전 하나.
나는 그녀의 이야기하는 중에 갑자기 일어섰다.
"미안합니다만 먼저 일어섭니다. 다음 약속이 있어서..."
얼핏 그녀의 서운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일어나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는 계산대에 있는 친구 누님에게 내 명함을 눈치 채지 않게 살짝 전했다.
"누님, 부탁하나 들어줘요. 저기 검정 가죽 옷 입은 여자...."
한쪽 눈을 찡긋 감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꼭 눈이라도 올 것 같은 싸늘한 밤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좀 서운하지만 며칠 뒤에는 활짝 웃을 거라고.
다음 날 오후 퇴근 시간쯤이었다.
책상위에 전화벨이 울렸다.
내 예측은 틀림없었다.
그녀였다.
한달음에 충무로에 있는 약속장소로 나갔다.
거기엔 어제의 그녀가 활짝 웃음을 머금은 채 앉아 있었다.
그림과 사진얘기로 꽃을 피우다가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마 전 국전에 낙선한 사진작품 수십 점을 방송에 사용하려고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그 중 마음에 쏙 드는 작품하나를 내 사무실 책상 위에 걸어 놓았다.
아! 그 사진 작품의 주인공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였었다.
인연의 끈은 묘하기도 했다. 이후로 우리는 만난 지 세 달 만에 전격 결혼식을 올렸다.
혹시라도 누가 인연의 끈을 끊어 버릴까봐 그랬던 모양이다.
아직 내 반쪽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당신의 반쪽은 어디엔가 틀림없이 있다.
단지 발견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창조주는 반드시 당신에게 인연의 끈을 잡게 할 것이다.
그게 그 분의 할 일이니까.ㅋㅋㅋ...
<월간지 ‘좋은생각’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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