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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외할미

나는 아내에게 있어서 아부형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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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 없이 하루도 못 살잖아! 내 말이 맞지?"
아내는 킥킥 웃었다.

"천만에! 왜 못 살아. 얼마든지 살 수 있지"
아내의 물음에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차마 폼 잡는 아내에게 
이렇게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아내는 어느 면에선 아주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금세 낯빛이 변해 몇 시간이고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한숨을 들이쉬고 내 리쉬 곤 했었다.

어쨌든 나는 그런 이유로 해서 
이번에도 아내의 갑짝스러운 물음에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꼭꼭 숨어있던 내 가슴속 양심이란 녀석이 
비열하다고 꼬챙이로 내 속살을 아프게 
꼭꼭 찔러대기 시작했다.

"짜샤! 또 지질하게 웃고만 있을 거니?
그렇게 아내가 무섭니?
얼마든지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꽥 소리치면서 대답해 봐!"

*전기밥솥에 쌀 씻어 넣고 보튼 누르는 밥, 할 줄 알잖아.
*설거지도 깨끗하게 할 줄 알잖아.
*세탁기 돌릴 줄 알잖아.
*백만 원이나 넘게 주고 산 청소기로 청소할 줄 알잖아.
*김치 떨어지면 전화 걸어 김치 주문도 척척 잘하잖아.
*이따금 마트에 가서 카트 끌며 이런저런 반찬감도 살 줄 알잖아.
*라면도 아내보다 더 맛있게 끓이잖아.
이것 봐~! 꿀릴게 뭐 있어? 100% 주부 뺨치잖아.

양심은 재차 나에게 대답하기를 독촉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소심한 성격에서 나타나는 후유증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찌질이 못난이!


그려 아들!
니가 못난거시 아니여.
냄편이란 본시 여편네의 허물을 두팔 벌려 껴안을 줄 알으야 혀.
아들! 잘 참았구먼. 그리해야 혀.
남자가 쪼잔시럽게 여편네 말에 일일이 말대꾸허면 쓰간.
설사 여편네가 속 읎이 말 하드래도 
그냥 그러려니 생각허고 모른 척 넘어가뻔지야 혀.
부부지간이란 묘한 것이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뼈 있는 말이 서로 오고 가다 보면
결국엔 쌈박질로 사달 나는 거시여.
긍께 사이가 가까울수록 말조심 혀야 혀.
이 모다 엄니가 철딱서니 읎는 니 아부지랑 겪어봐서 나온 말이여.
뭔 말인지 알아듣건냐? 
아들! 참말로 잘혔다
시방 엄니가 울 아들헌티 배운다. 에휴~!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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