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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신간 [썩을년넘들]과 전라도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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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야! 먼 샛똥빠진 소릴허고 있능겨.

그렁께 애비가 시방 바람을 피운다는 거시여?

아이고야! 나가 남사시러워 니 얼굴을 으찌 볼거나.

언년이여? 그년이!

가나그 나짝이 쪼까 반반한가보네잉.

멀끄뎅이 확 잡아가꼬 다 뽑아버리도 시언치않을년이구만 그러네.

그나저나 니 냄편 이써글넘을 기양 나뒀냐?

귀빵맹이를 확 볼라불제.

참말로 무둥산 호랭이는 머하고 자빠졌당가? 저 작것을 안씹어가고.

나는 니보고 가심쏙 문들어지게 참으라고는 안헌다.

어쩔거시여? 당장 갈라서뻔져.

마누라 새끼덜 몰라뻔지는 넘들은 칵 디지도싸당께”

<강춘의 신간 '썩을년넘들'중에서 발췌>

 

 

 

윗글의 사투리를 읽는 데는 불과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사투리를 완성하는 데는 장장 두 시간이 너머 걸렸다.

지우고 쓰고, 또 지우고 쓰고,

내가 만든 전라도 사투리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글 쓰는 시간이 두 세배나 더 걸렸다.

전라도 사투리로 “참말로 겁나게 징하네~잉!”이다.ㅋ

 

 

나는 지금의 북한 땅 함흥 태생이다.

해방 직후 한탄강(임진강)건너 탈북해서인천에서 6.25전쟁을 맞았고

곧장 부산으로 피난생활을 했다.

전주를 거쳐 서울에서 대학 다니면서 지금까지 수십년을 살아왔으니

서울이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런 내가 <썩을년넘들>책을 내면서 전라도 할매의 걸쭉한 토박이 사투리를

책에 쓰려고 했으니 페이지마다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썩을년넘들>을 블로그에 처음 연재할 때 생각이 문득 난다.

지금 티스토리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님이 비밀댓글에서 마구 혼을 냈다.

그녀는 전라도 광주 출신이다.

 

 

- 오늘 이 어메맴이 무자게 좋아부아라.

추석 명절 지내고 아덜네랑 딸내랑

이러케 먹꺼리 잔떡 싣고 저그들 집에 간다고 준비해쌋능거보니 을매나 좋소.

돈으로 치자면 머, 별거 아니여.근다고히도 우리 두 내외 정성이 몽땅 담은

곡석들을 새끼들이 가지고 가니 가심 뭉쿨한 게 눈물이 막 나와블라 안하요.

역시 부모라는건 늙어죽을 때꺼정 자슥들 도움 받지말고

기냥 있는 것 나눠만 줘야 맴이 편하고 좋다는 말이 맞당께.

안 그려요? 아그들 많이는 못줘도 때마다 쪼매라도 줄수 있응게 그거이 어딘디.

아이고 그란디, 우리 막내. 요 웬수는 어쩔것이여?

                  가시네야! 니도 어메, 아부지 쏙 그만 태우고 언능 시집가뿌러야허지.

그래야 막내 사우도 생기고 명절날 이렇게 곡석도 가지고 가야할 거 아니여?

에이구, 써글년아. 요 간네가 그저 웬수여, 웬수!

 

2012년 10월1일의 '썩을년넘들'의 어쭙잖은 사투리글이다.

이 글을 본 케이님은 댓글에서 꾸짖었다. 

 

“강선생님, 근데 저 사투리 누구한테 배우신거예요?

아님, 강선생님이 그냥 공부하신 데로 하신거예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가 다 섞여 있어서...

그래서인지 글이 매끄럽게 읽어지지 않아요.

마지막 글에 있는 지집아는 단어는 전라도에서는 안쓰는 말이예요.

무리해서 사투리를 쓰시려는 것 같아서 어색함이 느껴져요.

죄송합니다. 건방진 제 의견..”

 

 

한마디로 케이님의 훈시를 듣고는 쫄았다.

모두 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중도에서 그림연재를 포기할 수는 없잖은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매고 사투리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다.

지금 책에 실린 사투리는 출판사에서 사투리 전문교정 보는 분에게

의뢰해서 수차 감수한 것을 그대로 실린 것이다.

거의 완벽하다.

* 케이님 고마워요~!

 

 

“강춘 선생님은 전라도 어느 곳에서 사셨어요? 사투리가 너무 구수해서요”

어제 우체국에 독자가 주문한 책을 발송하려고 하는데

내 책을 구입해서 읽어본 우체국직원이 넌지시 물어본다.

“그냥 독학한 것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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