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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옹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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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안 살거야! 마누라가 말했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당신과 안 살 거야! 마누라가 말했다 - "당신과 안 살 거야!" 오늘 저녁에도, 그제 아침에도 그리고 지난달 말에도 당신은 나에게 눈을 흘겨가며 입을 삐죽이면서 이렇게 말을 했어.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를 못하고 여전히 아웅다웅하면서 붙어살고 있다는 거야. 하긴 그래. 생각해 보면 나는 변변치 못한 남편이었어. 평생을 꽃같은 당신에게 행복대신 고생 보따리만 안겨 주었잖아. 나랑 안살겠다는 그 말 인정해. 더 이상 당신에게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사실은 엊저녁 식탁에서 우연히 본 당신의 손등. 그 곱던 손엔 뼈마디가 굵어졌고 그리고 속뼈가 다 보일만큼 피부가 얇아졌더라.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눈길을 돌렸었어. 이 모두 못난 남편..
부부싸움을 하고나서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붙이며 살다 보면 때로는 서로 미워하고 할퀴고,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아옹다옹 다투기도 한다. 크게 생각하면 너무 우스웠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 상대에 기대지 말고 나부터 마음을 비운다. 자존심, 욕심, 시기, 질투, 미움 등 등 이런 쓰레기들을 몽땅 들어내다 버렸다. 마음이 너무나 가볍다. 어느새 빈자리에는 예쁘고 고운 사랑이 움트기 시작했다. 세상은 놀랍게도 아름다웠다.
나보다 당신이 더 나를 사랑했나봐 “당신과 안살아!” 결혼 45년 동안 당신은 아마 수백 번도 더 이 말을 했을 거야? 그런데도 오늘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여전히 아옹다옹 붙어살잖아. 당신은 겉으로만 나를 미워한 척 했나봐. ㅋㅋㅋ <나보다 당신이 더 나를 사랑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