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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아파트 앞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다고 하면서 나갔다.
벌써 두 시간이 넘었다.
왜 안 올까?
손님이 많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일까?
점심시간인 12시가 이미 넘었다.
배에서 꼬루룩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도대체 이놈의 뱃속엔 거지 깡통이 들었나?
시간만 되면 잠시를 참지 못하고 깽깽이 같은 소리를 질러대고 난리야.
전화를 해봐?
아니면 문자를 날려?
아니지. 지난번처럼 괜히 문자를 날렸다가
아내의 못된 심보를 또 터트릴지도 모른다.
남자가 쫀쫀하게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문자 질을 한다고 말이다.
내가 정말 못살아. 못살아!
그렇게 여편네만 밝히면 어쩌자는 거야?
지겨워 정말! 날 좀 끄나풀에서 풀어놔 줘봐!
인상도 안 좋은 얼굴끼리 하루 종일 둘이서 마주보고 뭐하자는 얘기야?
세 살 먹은 애기도 아니고!
그래 조금 참자.
아내 불같은 성격 내가 몰라서 지금 안달을 하고 있나?
나 자신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안다.
남자라면 대범하게 까짓 거 아내 하루 쯤 잊어버려도 될 일을…
아니, 하루가 아니고 일주일, 열흘이라도 눈 딱 감고 잊어버리면 될 일을…
뭐 배고프면 냉장고 뒤져서 먹자.
보온밥통에 24시간 밥 대령하고 있지. 어제 끓여놓은 지겨운 미역국 있지.
그것마저 없으면 라면 사다놓은 거 박스채로 있잖아.
짜식!
염치가 있어야지.
이제 백수가 되니까 어쩔수 없이 여편네를 찾는 거야?
옛날 그 좋았던 시절엔 지금의 여편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잖아?
자업자득이란 말 알지?
바로 지금의 네 신세가 자업자득이라는 거야.
자! 어이~ 백수. 아니 삼식이!
손바닥으로 자기 오른쪽 뺨이라도 후려쳐!
그리고 크게, 크게 소리 질러봐.
“나는 혼자 살 수 있다! 여편네 없어도 혼자 충분히 살 수 있다”
얌마! 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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