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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매일 새벽마다 참 웃기는 부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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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가 조금 넘었을까?

아내는 벌써 주방의 식탁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식탁 한상 가득히 펼쳐진 아침신문들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조금 늦게 일어난 나도 어느새 아내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잉크냄새가 물씬 풍기는 신문 한 장을 펼쳐든다.

우리부부는 이제부터 또 하나의 침묵(?)시간을 서로 만끽하고 있다.

 

아마 정확히는 따질 수 없지만

우리가 아침마다 이런 괴이한(?)행동을 하게 된지는

거의 20년을 훨씬 넘는 것 같다.

창밖에 지나던 어느 누가 들여다보면 정말로 신기한 부부라고 할지도 모른다.

내가 문득 생각해봐도 확실히 특이한 것만은 사실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신문사 기자생활 23년에

알게 모르게 물들어버린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아침신문 3가지를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심지어 깨알 같은 제목까지 모조리 이잡듯 훑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 시간은 얼핏 잡아도 두 시간은 족히 넘는다.

그런 후 우리는 침묵이라는 정적의 시간을 과감히 깨버리고

곧장 열띤 토론에 들어간다.

 

주로 아내가 읽은 불만스런 기사에 대해 묻고, 따지고, 성토한다.

그런 중에 제일 곤혼스러운 것은 3신문의 톱타이틀, 내지는 논조를 비교 분석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을 들고  나에게 싸우듯 대 드는 것이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단지 평생을 신문사에 몸담았다는 죄(?)로

늘 궁색한(?)대답으로 응하고 있다.

정치색으로 말하자면

어느 때는 아내가 후끈 달아오른 야당이고 나는 수구 여당이다.

 

참 재밌는 부부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리끝까지 열이 뻗치면

보던 신문을 들어 식탁을 때리거나 확 구겨서 거실바닥으로

던져버릴 때가 부지기수다.

둘 다 모두 다혈질부부다.

아슬아슬하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새비'(동거견)가 펄쩍 뛰어 도망간다.

 

위정자들, 아니, 소위 정치꾼(?)들에게 제발 부탁한다.

우리 부부를 아침마다 인상 긁지 않고

그냥 조용한 침묵 속에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신선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줄 수는 정말 없는가?

 

 

 

우리부부가 읽고 난 신문. 한 달이면 보통 이 정도다.

폐지 수집상에 팔면 5천원을 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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