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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바람소리

부다페스트, 두 시간의 점심식사는 고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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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두 시간의 점심식사는 고역이었다

<부다페스트의 추억2>

 

영웅광장에서 시가지를 바라 본 모습이다. 한폭의 그림이다.

 

헝가리 역사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한 탑이다.

 

 

 

 

 

 

부다페스트의 라마다 그랜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시내의 식당을 찾아서 먹는 것 보다는
시간도 절약할 겸 해서 호텔의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언듯 생각하기로는 출장비로 호텔식사는

호화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나었다.
최고급 호텔에서 음식을 시켜봤자 우리네 환율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니까
아무리 비싼 음식이래도 우리 돈으로 몇 천 원 정도 밖에 되질 않았다.


웨이터를 불렀다.
콧수염을 멋지게 장식한 친구가 메뉴판을 들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메뉴판을 한참을 들여다봐도 헝가리글자라 뭐가 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 
 


음식 사진도 나와 있지 않다.
서투른 영어지만 몇 마디 물었더니 양손을 펴 보이며 어깨만 들썩인다.
모르겠다는 표시다.
- 젠장, 어떻게 시키지?

 


옆 테이블을 봤다.
스테이크 비슷한 요리가 있었다.
- 어이, 콧수염. 저거랑 똑 같은 거 줘.
앞에 앉아있는 사진기자 K도 O.K사인을 준다.

 

 

 

 

 

 

 

 

식탁 한쪽 옆 간이 무대에선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3인조 그룹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실내음악이 이곳 호텔 레스토랑의 넓은 실내에 은은히 흐르고 있다.
제법 멋있는 레스토랑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모두의 식탁엔 클래식으로 디자인 된 촛대에서 저마다의 불꽃들이 춤을 추고 있다.
포도주 따르는 소리, 그리고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
코 큰 친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
이런 분위기에 별로 익숙치 않는 우리는 그저 멍청히 앉아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인내를 씹고 있어야 했다.

 

 

 

부다페스트 중심가 바치거리에서 연주하는 젊은 친구들

 

 

감자를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한지가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주문을 받아 간 콧수염이 덥수룩한 웨이터 친구는
아무리 휘둘러보아도 나타나질 않는다.


외국에 나가다 보면 특히나 유럽 쪽에선 끼니마다 먹는 것이 걱정이다.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선택도 문제지만 주문을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보통 한 시간 내지는 두 시간을 잡아야 하니까....
우리네 같이 성질 급하고 매사에 바쁜 사람들은 그 시간이 바로 엄청난 낭비다.
도대체 두 시간씩이나 질질 끌며 밥들을 먹고 언제 일하겠다는 것인가?

 

 

 

 

 

 

사회주의 헝가리는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나 발전된 나라였었다.
1913년에 벌써 동유럽 최초의 라디오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종업원들의 게으름과 일의 태만으로 전자산업은 낙후산업으로 밀리고 말았다.
헝가리는 이제 한국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

 

아~! 어떻게 된 걸까?
주문을 받아 간지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한국 식당 같았으면 웨이타를 불러도 벌써 몇 번은 불러 독촉을 했을 것이다.
한참 뒤에 반갑게도 콧수염은 나타났다.

스테이크접시를 들고 오면서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한다.
나름대로 미안하다는 표시겠지...


하여튼 우리는 서둘러 포크질을 하면서 부지런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앗!  이번엔 또 뭐야?
옆 무대에서 연주를 하던 악사 3명이 우리 자리로 오고 있는 것이다.
- 웬일이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당황해 하는 우리 표정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그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무작정 연주를 시작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에 이어'헝가리 렙소디'가 시작 되었지만
우리의 귀에 그 음악이 들어올 리가 만무다.
"K 기자! 재수 없게 걸렸나봐. 팁 줘야 되는 거 아냐?"
"난 몰라요. 선배가 알아서 하세요. 킥킥.."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냐? 한국에서 온 기자들 아닌가?
점잖게 포크를 놓은 우리는 곡이 끝나자 의젓하게 박수를 치면서
5백포린트 한 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중심가 바치거리앞에서 거리의 화가들이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다

 

 

이제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다.

두시간이 훨씬 지났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다.
돌아갈 줄 알았던 악사들은 고맙다며 한곡을 더 써비스 한단다.
내 얼굴은 거의 다 찌그러들어 울기 직전이었다.
점잖을 빼는 것도 더 이상은 고역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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