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벽지에서 찾아낸 37년 전 내 광고 디자인
경기도 북부 장흥유원지 조금 못미처에 일영이 있다.
그곳에 허술하고도 유명한 한식 음식집이 있다.
이름도 유별난 '교외선'이다.
며칠 전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일러스트회.
그 모임 중에서 잘나가는 캐릭터회사의 최고 간부이자 소위 커리어우먼인
문조현이라는 골드미스가 호스트가 되어 호르라기를 불었다.
제목은 <일산의 까마득한 선배들과의 점심>이었다.
일산에는 우리 회의 최고령인 홍성찬(84세)선배님과
캐릭터발굴의 선두주자인 문조현씨,
전업 일러스트 작가인 위승희씨 그리고 어정쩡한 선배인 나,
모두 4명이 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라면 한 번 쯤은 구경할만한 곳이기도 해서요“
예쁘면서도 당돌한 골드미스, 커리어우먼의 새해 인사란다.
그래서 찾은 집이다.
한마디로 정말 독특한 집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 같이 음식점 같이 생기지 않은 음식점이다.
하나도 뜯어 고치지 않은 옛 그대로의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이 허술해보인다.
요즘 비까비까한 '인테리어'하고는 아예 담을 쌓은 케케묵은 집이다.
그래도 유명해서 알만 한 사람은 다 왔다는 집.
그런 집에 홍선생님과 나는 초면이었으니 ‘헛맛객’이었나 보다.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마한 문지방이 있는 방.
4명이 앉으니 꽉 찼다.
바로 저 붉은 원속으로 보이는 광고가 내가 작업한 광고디자인이다
방안은 온통 옛날 고리짝 시절의 신문지들로 덕지덕지 도배를 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는 이방 저 방 돌아다니며
기웃거렸지만 모두가 다 신문지들로 똑같이 도배를 했다.
신문지는 이미 탈색이 되어 누렇게 변해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도배한 신문지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아~! 이게 웬일인가?
1968년도에서 1974년도 사이에 발행된 동아일보였다.
하면서 다시 훑어보았다.
찾았다!
37년 전 내가 디자인한 ‘여성동아’광고였다.
지나간 내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감격했다.
비록 도배지로 둔갑했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반가웠다.
'여성동아'월간지가 몇십만부씩 잘 나갈 때였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돌아가신 우리회의 김영주 선배님의 신문연재소설 삽화도 발견했다.
여류동양화가 천경자님의 삽화도 있었다.
소설가 마광수, 시인 류시화, 배우 김혜자, 최불암, 소설가 최인호씨도 다녀갔다
당시에 인기 절정인 배우들
김진규, 이민, 최무룡, 김지미, 조미령, 엄앵린씨
그새 점심상이 채려지고 소주도 한잔씩 돌아가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나는 옛 추억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의 여성동아 광고는 내려쓰기였다.
홍성찬선생과 같이서....
세상에...
이런 한적하고 허름한 음식점의 벽 도배지에서
내가 디자인 한 옛 광고를 찾았다니....
역시 세상은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었다.
<031-855-4336 교외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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