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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웬수'와 '소갈딱지'
마누라의 휴대폰엔 내가 ‘소갈딱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앉았고
내 휴대폰엔 마누라가 ‘웬수’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마누라에게 물었다.
“내가 왜 소갈딱지야?”
“성질이 지저분하잖아”
“..........”
이번엔 마누라가 묻는다.
“나는 왜 웬수야?”
“내가 하는 말마다 웬수처럼 야단치잖아”
결혼하고 나서 스마트폰이 활성화한 처음 시절에는
서로 ‘공주’, ’왕자’로부터 시작해 ‘마님’, ‘아빠’ 그렇게 희희낙락거리더니
어느새 우리의 닉네임은 ‘소갈딱지’와 ‘웬수’로 바뀌었다.
84살 영감과 78살 마누라는
이러면서 아이들처럼 삐지고, 화내고, 지지고, 볶으면서
50여년의 세월을 철없는 아이들처럼 살아왔다.
이제는 너나없이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 막바지.
서로의 휴대폰에 박힌 닉네임을 고쳐달라기에는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그냥 운명, 그대로 살 수밖에 없다.
“소갈딱지야!”
“웬수야!”
둘이 참 잘 만났다.
천생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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