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삶의 마지막 문턱에 서서

부모님 용돈

728x90

15. 부모님 용돈

 

"보소! 마누라! 큰넘하고 자근딸이 이번 달 용돈 보내 왔능가?"
"안즉이여…"
"고얀넘들이구만 그려. 빨랑 전화 넣어봐."
"아이고매~ 쪼까 참아보시오.
즈그들 먼 딱한 사정이 있을낀데 워치케로 눈치읎시 
달마다 꼭꼭 용돈을 달라고 한다요"

"그래도 그런게 아니여.
부모들은 자슥 낳아서 기르고 공부 갈쳐서 결혼꺼정 시켜주었잖여.
자슥은 당연히 부모헌티 그 은덕을 알아서 갶는게 원칙이제.
그라지않고 부모들이 잘 살고 있응께
용돈 가튼거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뭉게버리능거시 잘못된 생각이제"
"............"

"용돈 받으면 그 돈 우리가 냉큼냉큼 쓰는 거 아니잖어.
달달이 모았다가 손지들 올때마다 아그들헌티 듬뿍 주잔혀?"
"............"

"그렁께 시방 우리가 먹을게 읎어서 자슥들에게 용돈타령하능게 아니잖어.
다행이 우리가 돈이라도 쪼깨 있응께 시방 이만치 살지,
우리가 늙어 병들고 돈 읎서봐.
평소에 용돈 주는 습관이 않된 자슥넘들이 부모에게 잘 할것 가튼가?"
"..........."

"임자 말대로 있능거 없능거 싸그리 다 자슥들에게 퍼주고
자신은 으디가서 으뜻케 살랑가?
자슥넘들은 아즉 젊은께 우리가 꺽정 놔부러도 즈그들끼리는 잘 살어.
그렁께 임자는 불쌍하다고 쓰잘데읎시 쏙 낄이지 말고 
그만 모른체하고 가만히 있어버리랑께"

"됐시유! 영감이 암만 그래싸도 내는 아그들에 전화 못혀유.

앞으로는 당신이 직접 전화 허슈"
"머! 머시여?"

 

< 2021년 5월 중앙일보 인터넷판>

 

 

 

728x90

'내 삶의 마지막 문턱에 서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가 생각하는 남편이란?  (15) 2024.10.02
국군의 날  (14) 2024.10.01
여자의 눈물  (14) 2024.09.27
내 전용 앞치마  (19) 2024.09.25
아이들 잡지 창간호 표지  (7)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