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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신문사 편집위원했었어도 소용없어
"아빠, 나랑 같이 나가요"
이웃 동네에 사는 딸아이가 부리 낳게 집에 왔다.
그리고는 곧장 나를 앞장 세워 자기 차에 태운다.
동네에 있는 00내과에 도착해서
딸아이는 원장 선생과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나를 주사실로 밀어 넣고
"아프지 않은 주사래요, 걱정 뚝이에요"
마치 초등학생 달래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아래층에 있는 약국에 들러 한 보따리의 약을 받았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 약 먹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혹시라도 잊어먹었을까 봐
약봉지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비닐봉지에 담아
A4 용지에 붙여 스카치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 놓는다.
"아빠! 아침, 점심, 저녁 요대로만 하면 돼요"
옆에 있는 아내가 입을 가리며 웃는다.
적어도 대신문사 출판국 미술부장, 편집위원을 지냈던 나는
그 화려한 전직을 딸은 단칼에 무시당하고 말았다.
결국 인생 80 중반 줄을 타고 있는 나는 끽소리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변명은 하지말자. 하루에도 서너 번씩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었잖아."
"바로 이런게 인생말로의 비애라는 거야"
"딸한테 고마워야 해, 짜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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