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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엄마가 설거지할 때는 주방엔 얼씬도 하지 않더니
결혼시켜 놓으니 제 여편네한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렇게 설거지 도와준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때로는 얄밉기도 하지만 한편 기특하기도 하다.
어느새 철들어 결혼하더니 제 아내 위할 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꼭 옛날에 지 아비 모습 보는 것 같아 재밌다.
그때 남편은 퇴근하기가 무섭게 곧장 집으로 달려왔었다.
그리고 시부모들과 같이 저녁 먹고 나서
부엌으로 뒤 발꿈치로 살짝살짝 넘어와 내가 하는 설거지를 같이 거들었었다.
녀석이 누가 부전자전 아니랄까봐 그런 것도 지 아비 꼭 빼어 닮았으니...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보다.
모두 다 제 좋아서 하는 것이니 그냥 못 본체하는 거다.
그리고 보면 내가 자식은 하나 잘 키웠나보다.
결혼시켜놓고 매사 티격태격 싸우며, 헤어지자고 하는 것 보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남자는 오로지 제 아내 위해주어야 남자 구실 제대로 하는 거다.
지금에야 달라졌다고 하지만 옛날 경상도 남자들처럼 한잔 걸치고 늦은 밤 집에 들어와
<밥 묵었나? 아는? 자자>라고 무뚝뚝하게 소리치면 어떻게 할 뻔했나?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며느리 수희야!
비록 내 배 아파 낳은 아들이긴 하지만 저렇게 곰살궂게 구는 네 남편,
제대로 잘 만났다고 생각하지 않니?
후후후 후...
뭐? 요즘 신세대 남자들 다 그런다고?
2012년
[나의 傑作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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