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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새벽녘이다.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열었다.
싸늘한 공기가 온몸에 소스라치게 스며든다.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와 멍청하게 털썩 의자에 몸을 뉘인다.
지난 7월 말 암 재발 기운이 돈다는 주치의의 폭언(?)으로부터
오늘까지 거의 석달이 가까워 왔는데도
나는 아직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매일 즐겨 그리던 일러스트를 한 장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마지못해 그냥 노트에 그림을 위한 카피들만 너저분하게 휘갈기고 있다.
그러면서 8월이 가고 9월도 덤덤히 갔다.
이제 쌀쌀한 10월이 왔다.
아직도 제대로 된 일러스트는 못그리고 있다.
암이란 넘의 데미지damage가 이렇게 나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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