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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돌 아이

아내 심부름 냉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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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이 아빠!”

다급한 마누라의 목소리입니다.


저의 방 책상 의자에 몸을 길게 뉘여 맨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책을 읽던 나는

부리나케 발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불렀나요?”

“아파트 앞에 마트에 가서 파 한 단만 사 올래요?

냉장고에 파가 떨어진 줄 깜빡 몰랐네“

“????? 그러지 뭐”

저는 군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냉큼 돌아서서 현관문 열고 마트를 향해 뛰었습니다.


“저 마누라는 칠칠찮게 냉장고에 파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나.

도대체 주부라는 게 뭐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군소리를 쏟아내면서

마지못해 심부름했었지만 이 모두 다 좋았던 세월에 토했던

나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이젠 제 나이가 팔십이 넘은 고령이다 보니 별수 없습니다.


‘남자 위신’같은 거는 이미 쓰레기통에 쑤셔 넣은 지 오랩니다.

세월은 흘러 흘러서 지금은 엄마 심부름 잘 듣는

초등생으로 변한 게 바로 저입니다.


“어머! 빠르기도 해라. 금방 사 왔네. 추운데 얼른 방으로 들어가요. ㅋㅋ”

마누라 선생님의 칭찬 다발이 제 머리 위에 마구 쏟아집니다.

저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인생 말년에 사이좋은 부부로 산다는 게 별거냐!”

여러분!

저, 마누라 말 잘 듣는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맞죠?

ㅋㅋㅋ(웃픈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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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749788?cloc=joongang|retirement|home|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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