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흑백의 하루

부처님은 내 손안에...

728x90







아무리 살펴봐도 정말 잘 만들어진 석가모니 석상이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정도의 작은 돌에다

이렇게 정교하게 불상을 조각칼로 다듬어 부처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돌의 재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철분이 많이 섞여 있는 것 같다.

돌조각도 인위적으로 자른 것은 아니고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간

돌조각 그대로의 형상에다 부처상을 조각해 놓았다.

특히나 얼굴은 경주 불국사의 석가 상을 그대로 닮았다.

법의를 왼쪽에 걸치고 있고 손 모양은 항마촉지인으로

깨달음의 순간을 그대로 표현한 것 역시 똑같았다.

도대체 인도인 그네들의 손재주는 운명적으로 타고난 것인가?

아무리 이미테이션이라 해도 이렇게 섬세하게 조각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런 불상 하나 만드는데 얼마만 한 시간과 정성이 깃들었을까?


석가모니 불상이 나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재미 난 기억이 새삼스럽다.

3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


바라나시 갠지스강가의 화장터를 구경하고

골목길로 들어서서 주차된 버스에까지 가는 길이었다.

조금 전부터 한 소년이 신문지 뭉치에 무엇인가를 싸서 쥐고

계속해서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선생님, 정말 귀한 물건을 보여드릴게요”

“괜찮다, 나는 무엇이든 사지 않을 거다, 따라오지 마라”

“이 물건은 박물관에서 빼내어 온 것이에요. 구경해보세요”

“………………”

“1분이면 되요”

내가 절대로 사양해도 소년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기세라는 걸 감지했다.

“그래, 내가 졌다. 무엇인데?”

“보세요. 훌륭한 불상이에요”

소년은 겹겹이 싼 신문 뭉치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펼쳐갔다.

맨 마지막 신문을 걷어낸 그곳엔 아주 조그마한 돌 불상이

살포시 햇볕을 받으며 몸체를 보이었다.

이제 막 흙 속에서 꺼내 놓은듯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음~!”

돌 불상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이 튀어나왔다.

신기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돌에다 어쩜 저렇게 정교하게 불상을 조각해놓았는지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훑어보았다.

소년은 그런 나의 모습을 재빨리 훔쳐보고 아주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진짜 국보급이라니까요. 선생님에겐 아주 싸게 드릴 게요”

“………………”


“백 달러만 주세요. 선생님은 횡재하신 거예요”

소년이 재촉하지 않아도 나는 불상을 보는 순간 이미 필이 꽂혀 있었다.

더구나 거의 십여 분간을 내 뒤꽁무니를 졸졸 매달려 온 소년이 안쓰러워서도

무엇이 되었든 사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이 가짜 돌조각을 100달러라니?

이미 인도에서 물건 사고 흥정하는데 도가 튼 나에겐 소년은 속일 수가 없었다.

소년도 만만치 않았다.

두 번째 흥정을 늘어놓았다.

“웬일인지 선생님에게 이 불상을 꼭 팔고 싶어요. 80달러만 주세요”

“얘야, 너랑 실경이 할 시간이 없다.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단다. 10달러 줄게“

“좋아요. 50달러입니다. 마지막이에요”

“그래, 내가 너에게 선심 쓴다. 20달러다. 나도 마지막이다”

결국 소년은 할 수 없다는 듯 히죽이 웃으면서 20달러를 받아 쥐고

오던 길을 뒤돌아서서 줄달음친다.

“해부 어 나이스 데이!”


20달러면 우리 돈으로 2만원이 넘는 액수다.

인도에선 상당히 큰돈이다.

내가 횡재한 것이 아니라 소년이 오늘은 횡재했다.

내가 10달러를 더 얹혀준 것은 순전히 보시했다는 마음에서였다.

나는 이미 이 불상이 이미테이션이라는 걸 알았지만 소년에겐 끝내 모른 체했다.


나에겐 이 불상이 진짜건 가짜이건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이 불상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서 샀을 뿐이다.

나는 석가모니의 불상을 등에 짊어진 배낭 속에 고이 모시고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전에 올렸던 글을 5월 12일 부처님오신 날에 맞춰 다시 올린다>




728x90

'흑백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취!  (0) 2019.05.14
김밥 한 줄에 4천원  (0) 2019.05.10
쪼깐 새끼  (0) 2019.05.07
냉면값에 놀라다  (0) 2019.05.05
검정 구두 한 켤레  (0) 201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