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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9월 5일. 남산 LCI예식장. 종이웨딩드레스의 아내
9월5일,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바로 엊그제 결혼을 한 것 같은데
벌써 48년이란 세월이 꿈결처럼 지났다.
아침 식탁에서 마주한 우리.
내 얼굴은 이미 폭삭 찌그러져서 포기(?)했지만
아내 얼굴도 꽤 많이 늙어 있었다.
나야 얼굴이 찌그러졌던 허물어 졌던 상관이 없는데
아내 얼굴의 주름살 원흉은 나인 것 같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48년.
오래 살았다.
“자기 없으면 못살아!”가
“자기 때문에 못살아!”로 뒤바뀌어
지지리 볶고, 싸우고, 사랑했다.
그러면서 끈질기게 여기까지 잘 참고 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이다.
오늘,
풀죽은 표정의 나,
어설픈 미소를 그리며 떠듬떠듬 말을 놓는다.
“.... 오늘,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을까?”
“오늘이 뭔 날인데?”
알면서도 시침일 떼는 아내 얼굴을 차마 볼 수 없다.
짜샤!
옛날 같은 기백은 어디 갔니?
기세 좋게 떵떵거리며 아내에게 명품보따리 안긴 그 기백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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