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

결혼기념일

728x90


1970년 9월 5일. 남산 LCI예식장. 종이웨딩드레스의 아내





9월5일,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바로 엊그제 결혼을 한 것 같은데

벌써 48년이란 세월이 꿈결처럼 지났다.


아침 식탁에서 마주한 우리.

내 얼굴은 이미 폭삭 찌그러져서 포기(?)했지만

아내 얼굴도 꽤 많이 늙어 있었다.

나야 얼굴이 찌그러졌던 허물어 졌던 상관이 없는데

아내 얼굴의 주름살 원흉은 나인 것 같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48년.

오래 살았다.

“자기 없으면 못살아!”가

“자기 때문에 못살아!”로 뒤바뀌어

지지리 볶고, 싸우고, 사랑했다.

그러면서 끈질기게 여기까지 잘 참고 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이다.


오늘,

 풀죽은 표정의 나,

어설픈 미소를 그리며 떠듬떠듬 말을 놓는다.

“.... 오늘,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을까?”

“오늘이 뭔 날인데?”

알면서도 시침일 떼는 아내 얼굴을 차마 볼 수 없다.


짜샤!

옛날 같은 기백은 어디 갔니? 

기세 좋게 떵떵거리며 아내에게 명품보따리 안긴 그 기백말이다.





728x90

'나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는 왜 있는지?  (0) 2018.09.10
어느 노인의 편지  (0) 2018.09.08
내가 변기에 빠졌을 때  (0) 2018.09.01
헬스등록을 또 했다  (0) 2018.08.29
을밀대의 냉면 맛  (0) 2018.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