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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내가 그린 그림대로 세상에 나온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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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그림대로 세상에 나온 손자




벌써 몇년전 이야깁니다.
며늘아이가 내 아들하고 결혼한지 꼭  3년만에 임신했다는 소리 들었을 땐

참 여느 시아버지처럼 반갑고,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세상 부모들 마음 다 똑 같겠지요.

임신소식에 그냥 있을게 아니라 무엇이든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습니다.
 "무슨 선물을 할까...."
그런데 뭐 마땅한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어느 재벌 시아버지 같았으면 '현찰' 다발이나 듬뿍 두 팔에 안겨 주었을텐데
기껏해야 가난뱅이  '환쟁이' 시아버지라 ....쩝!
그런데 한가지 머리를 스치고 지나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누가 보면 째째하다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내딴에는 열심히 있는 정성 다해서
하얀 켄트지 위에 예쁜 남자아이 하나, 계집아이 하나 이렇게 두 장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표구해서 주었답니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그림을 그리는 게 제가 하는 일이라 처음에는 쉽게 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출판사에서 청탁 받는 그림 이상으로 신경이 더 써져서 힘들더라구요.



아들과 며누리. 둘 사이가 참 보기좋다.



파스텔로 채색된 사내녀석 그림 한쪽편에다
"요렇게 생긴 꼬마 어떠니? 예쁜 생각 많이 많이 해라" 라고 썼습니다.
또 계집아이 그림 한쪽에도,
"요렇게 생긴 계집애 어떠니? 예쁜 생각 많이 많이 해라" 이렇게 썼습니다.


 
며늘아이는 그림을 받아들고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자기 집에 미리 준비해 둔 아기 옷장 위에다 두 장 모두 나란히 세워 놓았답니다.

며늘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고 저도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원래부터 심성이 착한 며늘아이 성격이라
그 어떤 선물보다도 시아버지가 주시는 그림 선물이 더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후 며늘아이는 정말 태교하듯이
매일매일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예쁜 아가 낳도록 기원했답니다.

그런데 왜 남자아이, 여자아이 이렇게 두 장을 그렸냐구요?
글쎄 그게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라, 계집애를 줄지, 사내애를 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계집아이 그림 한 장, 사내아이 그림 한 장, 이렇게 두 장을 그려 주었지요.ㅋㅋㅋ 


하여튼 그 해 12월에 며늘아이는
내가 그린 그림처럼 건강한 사내녀석을 낳았습니다.
지금은 벌써 유치원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요즘 한자'사자성어'에 흠뻑 젖어 있는 걸 보고 있느라면 참 세월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림같이 훌쩍 커버린 손자녀석이다.



"할아버지! 이 그림 누구예요?"
지금 손자녀석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려준 자기 그림보고 누구냐고 묻고 있습니다.

참 며칠 전 아들녀석 집에 가서
두 그림 중 계집애를 그린 그림이 이젠 필요 없을테니 도로 가져 가겠다고 하니까
며늘아이가 결사적으로 내 등을 밀더라구요.

"아버님, 안돼요. 그림에 있는 두 아이가 항상 같이 있어야지,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어요?"

얘들이 또또 무슨 속셈이 있는거 아니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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