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4시 30분 조금 넘었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둠을 헤치며 동네에 있는 24시 사우나에 도착했다.
프런트엔 처음 본 젊은이가 표를 끊고 있었다.
새사람으로 바뀌었나?
나는 주머니에서 5천 원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일반요금은 7천원이지만 경로우대는 5천원이었다.
- 7천원입니다.
- 경로우대 아닌가요?
- 경로래도 새벽 5시 이전엔 7천원 받습니다.
-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그냥 봐주면 안 될까요?
- 안됩니다.
- 먼저 있던 젊은이는 5시전이라도 그냥 5천원 받았는데….
- 안됩니다.
일언지하에 냉정하게 거절한다.
참 빼도 박도 못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렇게도 융통성이 없는 걸까?
그렇다고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2천원이나 더 낸다는 것은 좀 억울한 것 같았다.
못이기는 체하고 2천원 더 내고 입장하면 되겠구만
내 꼬장한 성격이 결국 오기를 불러 일으켰다.
마침 드나드는 손님도 없는지라
일부러 그 친구 민망하게
프런트 앞 대기 벤치에 길게 몸을 뉘였다.
5시까지의 20여분을 꼬장하게 기다릴 참이다.
표끊는 젊은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흘낏 지켜보다 영 모른체 해버린다.
하기사, 표 받는 젊은이가 원칙을 지키겠다는데 어쩔 것인가?
참으로 주책바가지 나다.
잠간사이 시계바늘이 정각 5시를 가르쳤다.
나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5천원을 내밀었다.
그 친구, 미안한척도 않고 표를 내준다.
나 같으면 “죄송해요. 원칙이 그래서요” 라고 미소라도 지었을 텐데,
지독한 녀석(?)이다.
아니, 그 젊은이를 원망하기보다는
30분을 벤치에 들어 누워 대기하고 있다가 표를 끊은
내가 더 지독한 넘일지도 모른다.
뜨거운 욕탕 물에 몸을 담군 나는
지그시 두 눈을 감은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두 놈 모두 지독한 넘이였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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