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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방쓰는 아내에게 보내는 쪽지 부탁 하나할 게,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아침밥 먹는 시간까지 일어나지 않았으면 내 방문 한번 열어 봐. 나, 영영 눈 감았을지도 모르잖아. 각방쓰는 마눌 보라고 냉장고 문에다 쪽지 붙여놓았다.
아프지 않기 위해 하는 전투 복면마스크. 장갑. 물통. 휴지. 스마트폰 만보기. 전투 무기 모두 다, 챙겼지? 현관문 살짝 열고 엘리베이터 타고 1층까지 내려와 찬바람 에이는 밖으로 나왔다. 새벽 5시 정각. 아파트 앞 산책로 도착 이제부터 걷는 거야! 아니 병마와의 전투다. 60분! 5,420보! 헉헉 대는 걸보니 힘들구나? 매..
1번, 2번, 3번이 모여 사는 집 우리 집엔 엄연히 서열이 존재한다. 1번 - 마눌 2번 - 새비(동거견) 3번 - 나 오늘. 1번은 여고 동창 점심 모임이 있어 나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2번과 3번은 풀이 팍 죽었다. 아니, 3번 보다는 2번이 더 팍팍 죽었다. “얌마! 2번! 너, 그동안 1번 빽만 믿고 폼 잡았었지? 꼴좋다” “..
삼식이란 죄인의 삼시세끼 메뉴 아침엔 계란프라이, 버터 발라 구운 토스도 빵 두 조각, 그리고 커피. 점심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밥통의 시커먼 현미밥 반 공기, 미역국, 김치, 김 다섯 조각. 저녁엔 맵지 않은 면, 혹은 평양만두, 삼시 세끼 밥만 줄기차게 차려 먹는 게 지겨워 간혹 이렇게 찬란(?)하게 손수 차려 먹는다. ..
황혼 이혼 내가 먼저 한다 요즘 따라 마눌이 내게 던지는 말 모두가 때로는 수치감으로 때로는 모멸감으로 때로는 열등감으로 쏟아져 내린다. 왜, 이런 것들이 나를 후끈 달게 할까? 남들 다 한다는 황혼이혼.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해봐? 나도 한다! 정말 한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
음식물쓰레기 내가 버린다 왜들 쳐다 보슈? 당신들 남편도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것 나, 다 봤거든! 삼식이 생활 10여년. 뻔돌이처럼 점점 더 강(?)한 남자가 되어가는 나. 가슴속으로 웃는다. 키득키득…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깍지야!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누구니? 엄마요! 할아버지는 누가 무서우세요? 할머니다! 깍지야! 넌 그런 엄마 사랑하니? 예, 넘넘 사랑해요. 할아버진요? 그래 나 도 . . . 사…랑…한…단…다…
삼식이 얘기가 재미있을까? 세상 70여년을 살아온 나의 최근 모습이다. 10여 년 전 1차, 작년 2차, 두번의 구강암 수술만 받지 않았어도 괜찮은 얼굴이었는데 오른 쪽 볼따구니와 목에 깊게 파인 수술자국으로 인상이 왕창 구겨졌다. 슬픈 사연이지만 어쩌랴. 이대로 안면에 떡칠하고 숨쉬기 끝나는 날까지 살아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