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올해로 83세.
이번에도 또 병원 신세를 지고 세상에 나오게 되니 참으로 낯이 뜨겁다.
너무 오래 살아있는 것 같아 염치가 없다는 말이다.
옛날, 내가 아주 젊었을 적, 아마도 20세 전후였을 거다.
어느 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내 인생 60세까지 살 수 있을까?"
당시의 60세는 어마 무시한 나이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흘러 나는 '60'을 거뜬하게 뛰어넘었다.
그런 나 자신이 신기했었다.
옛날엔 나이 60을 넘으면 오래 살았다고
'환갑상'까지 푸짐하게 차려주지 않았던가.
그러던 중 나이 '64'라는 숫자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않았던 '구강암'에 덜컥 걸렸다.
'아~! 내 인생도 드디어 쫑이구나'
탄식하고 그냥 쉽게 단념을 했었다.
그러나 아내와 아이들 성화로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다시 새 인생의 출발선에서 뛰어 70고개까지 가볍게 뛰어넘었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내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새해 들자마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20여 년 전 암 수술과 병행해서 받은 방사선(30회) 치료의 후유증은
그동안 수시로 나를 컴컴한 모퉁이로 몰아쳐 학대했었고
드디어는 올 설 전전날 다시 병원 수술대에 강제로 눕혀놓고 말았다.
나는 다짐했다.
내 인생 이 나이까지 살아왔는데
지금 나를 데려가도 결코 후회, 원망은 하지 말자고.
하지만 자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도 나를 번쩍 안아서 병원으로 들여갔다가
오늘 <83세 경기장 스타트라인>에 털썩 내려놓았다.
"다시 뛰세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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