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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부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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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무엇인가?
결혼한 지 어언 52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이런 질문엔 
나는 아직까지도 깔끔하게 답하지 못하는 걸 보면
부부란 역시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질문인가 봅니다.

세상의 모든 부부들은 모두 제각기의 인연으로 만났고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들도 저마다 다릅니다.
그러기에 '부부란 이런 것이다'라고 함부로 질러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나 자신이 모두의 거울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각자가 생각하는 부부의 의미는 모두 다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이는 그냥 쉽게 말합니다.
"부부? 그거 별거 아니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평생 지지고 볶으면서
한평생을 살아가는 무촌이지"
또 다른 이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즐거운 일, 슬픈 일 같이 겪으면서 무덤까지 함께 가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입니다.

제 친구 중에 윤 모라는 유명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정의를 내리더군요.
"당신 없으면 하루도 못 산다고 애원하던 그대가
지금은 당신 하고는 하루도 못 살겠다고 등 돌립니다.
도대체 누가 부부를 그렇게 만들었냐고 신께 물었더니
'덧없는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기뻐서 소리치고 슬퍼서 숨죽이며 살아온 평생의 연인이자
'원수'가 바로 부부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흔히 말합니다.
저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그 말의 진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아니요'였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태어난 부모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어떻게 모든 것을 초월해서 한마음 한 몸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인간도 발정기에는 짐승처럼 교미하는 순간 
한마음 한 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 붙었던 몸도 마음도 분리되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이런 대답은 너무 이기적이고 인간미가 없다고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부의 확실한 정의는 이심 이체(二心二體)가 정답입니다.
그동안 우리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것 때문에 서로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이혼 도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려다 문득 벽에 걸려있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갈등을 경험하는 것은 
서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욕구를 상대방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좋은 부부 관계를 원한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섬기는 일부터 시작하라'

여러분!
부부란 무엇입니까?
어쭙잖은 제가 다시 정의를 내려볼까요?
"부부가 된 그날부터 자신의 꼴사나운 자존심일랑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려라.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 내 한 몸 기꺼이 헌신하겠다고 새끼손가락 걸어 맹세를 해라"

이제 꺼림직했던 마음을 비웠습니까?^^*

<2006년 '우리 부부야? 웬수야?'의 책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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