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사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우리 부부
몇 달 전부터였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가 동네어귀에 들어올 때쯤에서
<묵전문점 옥>이라고 간판을 붙인 식당을 우연히 발견했다.
나 보다는 아내가 더 묵을 좋아하는 터라 그 집을 지나칠 때는 꼭 한 번씩 하는 말이 있다.
“맛있겠는데... 전문집이라 좀 별난 맛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 번도 그 집엘 들린 적이 없었다.
지난 주말 점심때였다.
모처럼 우리 내외만 둘이 오붓이 집에 있었다.
아침밥은 집에서 때웠는데 점심마저 집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 궁색했다.
“나가자”
“뭘 먹게?”
“뭐, 냉면밖에 더 있어?”
“쯧... 색다른 거 없을까? 아! 묵집 어때?”
그럴 줄 알았다. 벼르고 벼르던 아내가 기어이 입 밖으로 내 쏟는다.
솔직히 우리가 먹은 묵은 강원도 쪽 유원지에서 먹어본 묵무침과
이따금 마트에서 사온 묵으로 집에 와서 양념 해서 먹은 것 정도였다.
<그 맛이 그 맛잇일텐데..>
.속으로 시큰둥했지만 아내가 벼르던 음식이라 그냥 따라나서기로 했다.
요리조리 골목길로 찾아 들어간 아내는 자주 가본 사람처럼
익숙하게 차를 몰고 묵집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뭐, 특별히 인테리어로 치장한 식당도 아니었고
일반 음식점과 비슷한 좌석식 식당이었다.
식당 정면이다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처음 가는 식당엔 우리는 꼭 종업원에게 묻는 습관이 있었다.
제일 잘하는 음식이 어떤 음식이가를 묻는 것이다.
그래야 실수(?)가 없다.
“두 분이라면 <참실이 밥상>이 괜찮습니다”
싼 것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될 줄 알았다.
오픈식 식당 주방
도대체 <참살이 밥상>이라는 게 궁금했다.
음식은 한 번에 다 차려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순서에 따라 차례로 나왔다.
한 가지씩 나올 때마다 괜히 기대감에 부풀어 좋았다.
한마디로 음식은 생각했던 것 보다 썩 괜찮았다.
원체 까다로운 우리 부부들 식성이라 웬만하면 칭찬을 하지 않는데
우리는 서로 웃음 띤 눈짓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깔끔하게 차려져 나온 밑반찬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일종의 묵을 길게 굵게 썰어 나온 묵 국수다.
김치를 송송 썰어 찬 육수에 말았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단숨에 들이켰다.
숟가락으로 떠서 들어 올려 한 컷 찍었다.
두번째 나온 묵 부침개.
묵을 생으로 먹지않고 후라이판에 지져서 먹을 수 있다니...
묵 요리도 이렇게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입맛에 착착 들어붙는다.
역시 음식은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따라 맛의 진화도 같이 따르게 되는 것인가보다.
언뜻 요리 블로거 몇 사람들이 생각났다.
역시 어디를 가나 블로거의 천성은 버릴 수 없나보다.
음식 한가지 씩 나올 때마다 카메라로 찍어대는 습관을 이제는 아내도 도통했다.
처음엔 창피하다고 눈을 째리더니 이젠 합세(?)를 해서 도와준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ㅋ
묵으로 만든 잡채다. 오른쪽은 묵을 최대한 얇게 썰어 마치 밀쟁반같다.
후라이 판에 약간은 지져낸 것 같아 흐물거리진 않는다.
묵잡채를 가까이 찍었다. 묵, 버섯,양파,피망, 깨 등등이 함께 버물어져 있다.
묵잡채를 이렇게 싸서 먹기도한다. 일종의 묵쌈이다.
묵과 들깨가 섞인 묵죽이다. 맛이 착착 당기는 게 괜찮다.
콩나물과 버섯을 고추을 넣어 밥과 비벼먹게 나왔다.
계산을 하면서 주방장겸 이 식당의 주인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마음 좋게 생긴 주인장도 싱글벙글한다.
손님이 맛있다고 하는 것만큼 주인이 기분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 기분을 돋우기 위해서도 우리부부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되어 오래 동안 해야 우리도 가끔 와서 맛에 취(?)해야 할 것이니까...
맛있는 음식점 많이 단골로 만들어 놓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하다.
괜히 부자가 된 것처럼...
이 밖에 이 집의 묵 요리로는
묵 두루치기, 얼큰한 칼국수, 못난 수제비, 불로묵밥 등도 있다.
두고두고 한 가지씩 차례로 먹어 볼 생각이다.
이러다 묵사발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지...
<묵전문점 옥>의 마음 좋게 생긴 사장이다.
<묵전문점 옥>의 홈페이지도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메뉴와 약도도 있다.
추천합니다
*송금하신 박현규, 이지은님 이메일 주소가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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