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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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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살림살이 "청소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백수 주제에 집안일을 온통 마누라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솔선해 마누라에게서 청소기를 넘겨받았다. 얼마 안 있어 마누라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을 부탁했다. "기왕이면 세탁기 돌리는 것도 도와줘' 그래서 세탁물도 넘겨받았다. 어제는 여고 동창생 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고 마누라는 나에게 전기밥솥을 안겨주면서 밥 짓는 방법을 알려줬다. 큰일이다. 하나 정도는 괜찮았지만 두세 가지 넘게는 부담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을 나한테 넘길 것인지 두렵다. 이러다 집안 살림 통째로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백수라는 죄'가 참 무섭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
아내가 무서워 "야 인마! 넌 아직도 마누라가 무섭니?" "무섭긴" "정말 안 무서워?" "짜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나는 마시던 소주잔을 꽝 내려놓고 마주한 친구 녀석에게 확 인상을 긁어 보였다. 사실이다. 마누라가 무섭지 않다. 바가지 박박 긁고 인상 쓰며 토라져도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 내 비록 지금은 백수 신세지만 내 식구 밥 굶겼어? 입을 옷을 안 사줬어? 살집 없어? 새끼들 공부 가르쳐 다 결혼시켰잖아! 해외여행도 남만큼 다녔잖아! 뭐가 무서워?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사는 것도 행복이란 말이야. 늦은 밤 마을버스에서 내려 이리저리 헛발짓하며 집으러 돌아오는 골목길. 밤하늘 허공에다 마구마구 주먹질 해본다. 이 때만은 마누라를 무서워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용감한 싸나이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
아내 말 잘 듣기 아내가 갑자기 쪽파김치를 담그자고 합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재래시장 채소 집에서 쪽파를 사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나는 군소리를 하지 않고 아내의 명령(?)에 따릅니다. 아내가 가르쳐 준대로 재래시장 안에 있는 채소 집까지 왔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왔어. 채소 집" "쪽파 한단에 얼마래?" "다듬은 건 8천 원, 안 다듬은 건 4천 원" "그래....?" "어느 것으로 살까?" "다듬은 거, 너무 비싸네..... 안 다듬은 거로 세단만 사" 나, 백수는 아내의 말대로 쪽파 세단에 일만 이천 원을 내고 샀습니다. 채소 집 아주머니는 검정 비닐주머니 두 개에 쪽파 세단을 나눠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다듬지 않은 쪽파는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뿌리에 흙덩이까지 얹어 있었기 때문일 ..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법적 연령 82세. 외모 연령 65세. 신체 연령 70세. 아내가 보는 내 정신연령 12세.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52세. 내가 다시 꿈꾸는 정신연령 65세. 온통 헷갈리는 남자 하나, 세상에 땅 밟고 있다. 이름은 삼시 세끼 삼식이, 또는 백수. 에고~! 이 녀석을 어찌할까?
속 터진다 평생을 꼭두새벽에 일어나 일하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뭉갤 수는 없다. 무언가를 책상머리에 앉아 끄적거려야 안정이 된다. 아마도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 짓?을 해야하지 않을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속 터질지도 모른다. ㅋㅋㅋ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엊그제 눈 오는 날 아파트 창을 활짝 열고 눈 내리는 풍경을 폰카메라로 찍었다.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서너 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폰의 갤러리에서 과감하게 트리밍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에서 유일하게 노는 방법은 바로 이 짓뿐이다. 연재하는 중앙일보 그림 에세이도 일주일에 한 번. 일생을 통해서 이렇게 널널한 시간은 처음이다. 아침에 눈 뜨면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그 생각이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한다. 백수 노릇도 참 쉽지 않다.
백수의 점심
마누라에 잡혀사냐고? 천만에 말씀, 사실은… * 작가노트 “인마! 너 마누라 손안에 잡혀 사니?” “웃겼어, 잡히긴 내가 왜 잡혀?” 남자들 흔히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내 쏟는 푸념들입니다. 이럴 때 그냥 “그래, 마누라 손안에 잡혀 산다!”라고 자신 있게 인정하세요. 부끄럽습니까? 사실 몰라서 그렇지 남자들 나이 먹어가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