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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안 살 거야!

남편 등에 업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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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남편 등에 업혀보았다

 
 
"자기야! 오늘 저녁 외식하면 안돼? 나, 먹고 싶은 게 있거든"
모처럼 일찍 퇴근했는데 아내는 실눈을 뜨면서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어? 웬일이야? 당신. 뭐 먹고 싶은데?"
"있잖아. 포차!"
"뭐? 포차?"
아내는 허리에 걸쳐 입었던 앞치마를 훌쩍 풀어 내치며 
대뜸 내게로 다가와 팔짱을 끼더니 아파트 후문 길가에 있는 포장마차로 나를 밀어 넣었다.
"나, 간만에 소주에 산낙지 먹고 싶었거든. 후후후"

웬일일까?
평소와는 달리 오늘따라 아내는 기분이 붕 뜨면서
잘 먹지도 못하는 소주를 홀짝거리며 벌써 반 병 넘게 비웠다.
그러고는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주절주절 속 마음에 꼬부장하게 담아 있던 넋두리를 하나씩 내 앞에 꺼내 놓았다.

"짜샤~! 있잖아... 크읔~! "
드디어 아내의 말소리가 꼬부라지기 시작하면서
몸까지 가누지 못하고 내 옆으로 쓰러진다.
나는 당황해 아내를 들쳐 업었다.
그러고는 천막 포장을 제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업어 본 아내는 처녀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간 세월에 찌든 보따리들이 아내 몸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보다.
그 속엔 나에 대한 이런저런 원망이 들어 있겠지...
당황한 나는 먹었던 술기운은 이미 말짱히 깨어 도망가 버렸다.

"이유야 어찌 됐든 미안하다. 여보야!"
나뭇가지 사이로 달님이 내려다보며 피식~! 웃고 있었다.
...........
 

2011년 3월 출간한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에서 발췌
강춘 지음

 

* 업히다--->O   엎히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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