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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점심 무렵 서울 광화문의 한 패스트푸드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70대 어르신 한 분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불쑥 신용카드 한 장을 들이밀었다.
“노인네가 되니 커피 한 잔도 못 시키겠네….”
무슨 소리인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가리킨 것은 역시나 키오스크 기계.
일부 어르신들에겐 마치 장벽처럼 느껴진다는 바로 그 기계다.
“뭘 드시고 싶으셨어요?”
“블랙커피.”
“아메리카노 말씀이죠?”
그가 내미는 신용카드를 대신 받아들고 기계에 꽂았다.
커피 메뉴를 찾으려고 하는데, 나 역시 당황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커피 메뉴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아려 ‘디저트’ 메뉴를 찾았고,
‘커피’ ‘아메리카노’ 버튼을 겨우 발견했다.
뒷사람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황급히 주문하려는데
이번엔 어쩐지 ‘결제’가 잘 눌러지지 않았다.
뒤통수에 땀이 다 났다.
주문 후 신용카드를 어르신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저도 어려운데요.”
한동안 소셜미디어를 달군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누군가 키오스크로 주문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주먹을 날려 기계를 부순 사진이다.
모니터가 무참하게 박살 난 사진엔 수백 개의 댓글이 붙었다.
‘니맘 내맘!’
‘10대인 나도 열 받는데 60대 이상은 오죽하겠어?!’
송혜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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