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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 끝이 쭈뼛하고 모두 일어섰다.
내 얼굴 색깔은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天池)를 내려다보는 순간이었다.
신기했다.
천지의 물은 마구 출렁이며 드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완전 평면거울을 깔아놓은 듯 투명하고 고요했다.
과연 이 자태를 놓고 누가 천지의 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1986년이었나?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36년 전이다.
언론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백두산 등정에 나는 지체 없이 참여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비록 백두산에서 멀리 떨어진 함흥이었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으로 수교하기 전이라
부득이 상업 비자로 얻어 들어가야만 했었다.
비자야 아무려면 어떨까? 꿈에 그리던 백두산을 볼 수 있다는데…
새삼스레 백두산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을 되새겨본다.
백두산은 백번 찾아와도 선명하게 천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겨우 한두 번 뿐이라는 안내자의 말이 생생하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행운아였다.
천지가 나에게 알몸을 보여주다니…
백두산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세의 위엄은
감히 따라올 산들이 없는 듯하다.
장백폭포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사진 한 컷을 안 찍을 수 없었다.
아래 사진은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이다.
필자 뒤 압록강 건너 북한 땅의 아파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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