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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어르신'과 '아버님'이란 존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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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과 '아버님'이란 존칭어, 잘못쓰면 실례다

 

'어르신'이란 말이 있다. 또 '아버님'이란 말이 있다.
가까운 웃어른을 향해 부르는 최대의 존칭어이다.
그대로 듣는다면 참으로 정겹고, 따스한 마음이 깃들어진 말들이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는 좀 다르게 이런 말들에 알레르기 반응 같은 거부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내 사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전재한다


*
몇 년 전이었다.
그러니까 50대 후반이 되었을 즈음해서였다.
다니던 신문사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그냥 놀고 있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해 본 적이 없다.
조그만 오피스텔 하나를 구입해 디자인사무실을 열었다.
다행히 아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전공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북 디자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작업하는 사이사이 수시로 찾아오는 클라이언트(스폰서, 출판담당자)을 맞아
담소를 나누며 일의 진행사항을 같이 의논하는 것들도 내가 하는 일들의 하나였다.
어느 날 사무실에 찾아 온 30초반이 되어 보이는 젊은 출판 담당자 한 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명함을 받아 쥔 그 친구는 내 얼굴과 머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의례 나의 백발을 보고 그러려니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친구는 떠듬떠듬 말을 붙인다.
"저~ 실례지만 '어르신'께서 직접 디자인 작업을 하고 계십니까?"
아! 이게 무슨 소리? 의외의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대부분이 부르는 '선생님'이 아니고 불쑥 튀어나온 '어르신'이란 호칭에 내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나 역시 한동안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디자이너인줄 알았나보다.
이후로 작업의 논의는 당연히 활발할 수가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어르신과 같이 일을 같이 하기에는 좀 그렇다는 눈치였다.


*
뭐, 큰 재산은 아니더라도 은행 출입이 잦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일상이다.
이제는 어느 은행을 찾아가도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도어 맨(상근 은행직원)이
입구에 서서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친절을 보여준다.
"아버님, 어떤 용무를 도와 드릴까요?"
아버님? 또 당황해진다.

받는 친절에 익숙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아버님'이란 호칭은 좀 그렇지 않는가?
늙어 보인다는 것으로 해서 일괄 매도 식으로 '친절호칭'으로 불려 진다는 것은
과연 나만의 과잉반응일까?
창구의 여 은행원도 마찬가지이다.
"아버님, 오래 기다리셨지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는 존칭어다.
아마 은행원 조회에서 나이 드신 고객들한테는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라고 지침이라도 내린 걸까?

비록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듣기에 불편하다.
듣기에도 좋은 '고객'님이란 호칭으로 통일하면 어떨까?
과잉존칭어는 사람에 따라서는 블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은행 일을 보는 내내 기분이 쭈글스러워 진땀이 났다.

*
나이를 먹게 되면 자연히 따라오는 이런 자연적인 현상들을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 일방적인 '친절호칭'은 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이 50대, 60대의 현역으로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설령 현역이 아니더라도 젊은 열정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 에게 모두 일방적으로 '어르신', '아버님'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
과연 나만이 이렇게 외골수로 생각하고 있는 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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