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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원고료 타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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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타령합니다

 

 

“여기는 모모 월간지인데요.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고 전화했습니다. 
송년 표지에 선생님의 그림이 딱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아서요”
후후후... 반갑다.
요즘처럼 불황(?)에 원고 청탁이라니...
가릴게 뭐 있겠는가?
그리고 보니 나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속물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한 때는 원고 청탁도 입맛에 가려가면서 받았었는데...
쩝! 다 잘나가던 옛 시절이야기를 지금 어쩌자구 씹는 거야? 

 

 

“아~! 그러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인사부터 해야 했다.
담당자는 마감시일이며 그림사이즈 내용 등등 여러 가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꼭 빼먹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원고료'라는 것이다.
왜 제일 중요한 노력의 대가인 돈 문제에 와서는 뜸을 들이는 것일까?
나 같은 전업 작가(?)신세는 제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원고료다.

<뭐~. 알아서 주겠지...>
<점잖은 체면에 원고료를 따지다니...>
<점잖은 게 밥 먹여주니? 한두 번 속았어?>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많은 자문을 해댄다.
아니 속을 끓인다고 표현했어야 맞는 말이다.
<야~! 강춘. 너 다 죽었구나. 옛날 그 높았던 콧대 말이야?>
<그래. 그림 그리고 있는 내내 얼마나 줄 것인가?
속 끓이지 말아. 속 끓으면 빨리 죽어. 당당히 물어보는 거야!>
헛기침부터 나간다.
“저... 잘 알겠습니다. 원고료는 얼마나 됩니까?”
“아~! 원고료요? 헤~ 그게 얼마 되지 않아서... 00만원입니다”

후후후... 생각보다는 많다.
<많기는, 짜슥아! 일본이나 유럽에선 표지 한 장 그리면
한 달은 거뜬하게 먹고도 남을 원고료를 준다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고 것 몇 십 만원 가지고 넌 좋다고 하니? 정말 다 죽었구나!>
<그래, 죽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떻게 하니?
그래도 이 나이되도록 아직까지 뻗대면서 원고료 얼마나 되느냐고 따지는 사람 봤어?
더구나 날짜까지 정해 원고료 은행구좌에 넣어달라고 하는 사람 보았냐구?
이 정도면 아직은 자존심 구기지는 않았잖아!>

사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사방천지에 기고 나는 재주꾼들이 수두룩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 튀어야만 겨우 살아날 수 있는 사회다.
어찌 보면 감지덕지해야할 판이다.
“좋습니다. 지급은 언제쯤인가요?”
내친 김에 원고료 지급 날짜까지 못을 박아야 했다.
밀리고 떼인 원고료가 한둘이 아니라서 정신 차려야한다.
그래서 아예 은행의 내 구좌번호까지 미친척하고 속사포로 불러준다.

 

 

말은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참 치사하고 더럽기까지 하다.
돈(원고료)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하지 않는가?
똥 눌 때와 누고 나서가 다른 법이라는 게 여기서도 통한다.
숨이 넘어갈 것 같이 갖은 아양을 떨어가며 원고를 가져가곤 정작 원고료지불은 부지하세월이다.
점잖은 체면에 원고료 독촉은 죽어도 싫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쩌랴.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퉁명스럽게 며칠 기다리란다.
이런 것들일수록 며칠은커녕 몇 달을 넘어가거나 아예 싹 입을 닦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고료 떼인 얘기하자면 내가 병신 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기 싫다.

그러나 모든 곳이 다 그렇지는 않다.
몇몇 신문사나 출판사는 정확하다. 때에 따라서는 선불도 가능하다.
그들 때문에 세상을 실망하지 않고 있다.
원고료는 ‘즉불(즉시 지블)’이 되어야한다.
내가 다니던 동아일보는 원고료는 ‘즉블’체제였다.
아마 신문사 모두가 거의 같지 않을까?
언제나 자기 원고료 청구만하면 지정된 날짜에 어김없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생활이 어려운 전업작가인 경우는 이처럼 좋은 제도는 없다.
젊어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사이드잡인 일러스트 고료로 두 아이들 유학까지 시켰다.
말하자면 월급보다도 부업인 일러스트일로해서 받는 돈이 더 많았다.
소위 중견급 일러스트레이터라 원고료가 짭짤했기 때문이었다.

 

 

직장을 퇴직하고 나서는 막막한 줄 알았는데
다행이 온라인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기에 그나마 명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든 포털의 블로그들은 나의 작품 포토폴리오인 셈이었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내 그림을 보고 있다.
그 중에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가 내 밥줄이 된 것이다.
운이 좋은 건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부터 내겐 일러스트 원고 청탁이 제법 들어온다.
그래봤자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된다는 말이다.
결코 투정이 아니다. 이제는 감사해야한다.
영감이 다 된 친구들 만나 술 한잔하면 으레 대게 묻는 말이 있다.
“요즘 어떻게 밥 먹고 사니?”

<흐흐흐... 니네들이 블로그를 알아?>

 

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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