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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아내 말 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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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갑자기 쪽파김치를 담그자고 합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재래시장 채소 집에서 쪽파를 사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나는 군소리를 하지 않고 아내의 명령(?)에 따릅니다.

 

아내가 가르쳐 준대로 재래시장 안에 있는 채소 집까지 왔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왔어. 채소 집"
"쪽파 한단에 얼마래?"
"다듬은 건 8천 원, 안 다듬은 건 4천 원"
"그래....?"
"어느 것으로 살까?"
"다듬은 거, 너무 비싸네.....  안 다듬은 거로 세단만 사"

나, 백수는 아내의 말대로 쪽파 세단에 일만 이천 원을 내고 샀습니다.
채소 집 아주머니는 검정 비닐주머니 두 개에 
쪽파 세단을 나눠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다듬지 않은 쪽파는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뿌리에 흙덩이까지 얹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11월 말인데도 16도.

햇볕이 쨍쨍해서 기분 나쁘게 더웠습니다.

나는 조금 짜증 났지만

군소리 한마디 없이 끙끙 거리며 아파트 집까지 들고 왔습니다.
오면서 생각했는데 아마도 이 흙덩이 쪽파는
보나 마나 아내는 나더러 같이 다듬어 달라고 할 것이 뻔합니다.

이래저래 팔십이 넘는고령의 백수 남편은
사는 게 참 힘들다고 속으로 투덜거리지만
그렇다고 겉으로는 절대 표시를 하지 않습니다.
이 모두 저의 '운명'인 걸 어떡합니까.

 


<덧글>

아내는 오늘 갑짜기 목이 부어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몸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심부름을 시킨겁니다.


아픈 아내가 담근 쪽파김치는 
의외로 제 입에 짝짝 들어붙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녁밥은 쪽파김치, 이 녀석으로 해서 게눈 감추듯 해치웠습니다.

오늘도 아내말 잘 들으며 무사히 넘겼습니다.

백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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