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삼식이 남편을 둔 부인들이 남들에게 제 남편을 호칭할 때
삼시 세끼 중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한 끼만 먹으면 일식 씨!
두 끼만 먹으면 두식 군!
세 끼 다 먹으면 삼식이 새끼! 라고 한다는 우스갯말을
마누라는 오늘 친구 모임에서 화제가 돼 모두 한참 웃었다고
넌지시 나에게 전해준다.
<마누라야! 나도 덩달아 웃어야 해?
왜 여자들은 한 가지밖에 모르지?
배은망덕하게도 그 세끼 밥 지금까지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준 사람이
흉을 본 자신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나 봐.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
남자들은 친구들과 만나면 자기 마누라 흉은 절대로 보지 않아.
매일 살붙이고 사는 남편의 이런저런 흉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입방아로 잘게 잘게 찧으면 스트레스 풀려?>
마누라 앞에서 나는 이렇게 꽥 쏘아붙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마 입 밖으로 내 쏘질 못했다.
만약 내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 쏟았으면
“당신하고 웃자고 말한 건데, 졸보처럼 그게 화낼 일이야?”
마누라는 금세 뽀로통 삐져 한동안 나와 눈 맞추기를 거부했을 거다.
가정의 평화는 순식간에 금이 갈수도 있다.
그로 인해 행복이란 단어도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래 참 잘 참았다.
마누라보다 한두 살 더 먹은 내가 참아줘야 한다.
나이 먹어 늙으면 욱~! 하는 성깔도 좀 누그러뜨릴 줄도 알아야 한다.
79살 남자는 스스로 자위를 했다.
그러나 정말 잘 참은 건가?
마음속 한쪽에선 반항아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주먹질하고 있다.
“얀마! 너 남자 맞아?”
“얘들아!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6월 19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