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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매운음식은 이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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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참 신기한 일도 있다.


5년 전 서울대 병원에서 구강암 재수술하고

일산의 국립암센터에서 마지막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에

담당 주치의는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내렸다. 


"앞으로는 매운 음식은 영원히 드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후부터는 주치의 말대로

매운 음식은 조금도 먹지 못했다.

한국 사람으로 살면서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극한 형벌이었다.


김치는 물론 라면, 짬뽕, 아귀찜, 김치찌개, 매운탕, 낙지볶음,

해장국, 비빔냉면, 가자미식해, 떡볶이, 등등. 모두 다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솔직히 세상 살맛이 없었다.

주위의 식구들도 나로 인해 식생활에 많이 불편해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빨간 김치가 왜 그렇게 먹고 싶어졌는지

아내가 먹던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고 꾹꾹 씹어보았다.


아~! 맵지가 않았다.

더 큰 김치조각을 입에 넣어 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안 매워? 괜찮아?"

"그러네... 웬일이지?"

이번에는 매워보이는 시뻘건 가자미 식해 한 조각을 씹었다.

전연 맵지 않았다.

주치의가 죽을 때까지 매운 음식은 먹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어쩐 일인가?

세상에? 정말 오래 살고 보니 희한한 일도 있다.


도대체 하느님은 나한테서 왜 이런 형벌을 5년 만에 끝내려고 하는 것일까?

이제 얼마나 더 살겠다고...

(양심이 가책)

정말 왜 이러십니까?

저를 불쌍하게 여기셨군요.


매운 짬뽕, 아귀찜, 신라면, 매운탕...

너희들, 기다려라! 다시 하나씩 정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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