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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내 몸속 ‘불명열’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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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기에,
아니면 이승에서 살면서 조상들을 잘 모시지 못한 죄의 대가로
이런 못 쓸 병에 걸렸다고 생각 했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신기(神氣)에
내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것은 병든 나에게는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
왜냐면 발전된 현대의학으로도 내 병을 잡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마지막 말에
나는 어쩌면 남은 삶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약 3개월 전에 나는 소위 ‘불명열’이란 병명의 환지였었다.
‘불명열’이란 몸으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고온의 발생으로
그 열의 진원지를 찾을 없어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거의 매일을 38~39도의 고열을 오르내리면서
거의 한달 동안을 병원 병상에서 시련을 겪었다.
물론 고온의 발원지를 찾느라 몸속 20여 군데의 장기를
이 잡듯 쑤시면서 하나씩 다 체크해 나갔다.
그러면서 한편 이름도 모를 무수한 항생제를 매일 바꾸어 가면서 맞았다.
이른 새벽마다 빠지지도 않고 한 아름의 피를 뽑아갔다.
식욕은 이미 다 떨어져갔고 따라서 체중도 10여kg이나 빠져 나갔다.
불과 몇 주 만에 나라는 인간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대신 내 자리에는 차마 똑바로 쳐다 볼 수 없는 어느 흉한 몰골이 앉아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병은 암 뿐 인줄 알았는데
‘불명열’이란 병도 있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처음 알았다.
 
‘불명열’이란 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이윽고 병원에서 더 이상의 조치는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나는 의사의 지시대로 거의 한달 만에 퇴원을 했다.
이제 부터는 원외처방약으로 병이 자연적으로 나을 때까지
집에서 해열제를 먹으며 지내야했다.
이런 경우 아무리 강건한 인간이래도 정신적으로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모든 생을 자포자기하고 오직 주어진 운명에 맡긴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그리고 자신을 위안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삶에 도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얼마나 어려운 각오인가?
나에겐 참으로 힘든 시련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기적은 있었다.
나는 굳이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도 못한 일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할 ‘불명열’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두 달 만이다.
신기할 뿐이다.
약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 아침 체크하는 체온계의 숫자는 정확히 36.5도다.
하도 신기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은 더 재본다.
역시 변함없는 36.5도다.
평소에는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정상체온 36.5도가 왜 이리도 고맙고 반가운지...
 
한편 이런 현상을 담당 의사들은 한두번 목격한 것은 아닐텐데 뭐라고 판단할까?
때로는 그동안의 시련을 생각하며 의사들을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고 싶다.
'불명열'은 결코 신의 병일까?
의문점은 꼬리를 물고 늘어지지만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의학으로도 풀수 없는 병들이 어디 한두가지 뿐일까?
 
오늘 이렇게 병은 씻은 듯이 물러갔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 인생을 다시 편안히 살다 갈 수 있게 한
조물주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준 많은 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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