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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미친 빵 사려고 2시간 줄서는 미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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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많이 화가 났다.

도대체 일산 [AKI]의 단팥빵 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며칠을 벼르던 나는 토요일 이른 아침

7에 맞춰 빵가게 옆 빌딩 복도에서 꼼짝 못하고 9시까지 두시간 동안 줄을 서야만 했다.

그렇다고 줄을 선 사람이 모두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착순으로 15명 정도 밖에는 살 수가 없다.

나머지 사람은 기껏 줄을 서고도 쓴맛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다.

하루에 일정량만 만들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어느 날,

멋 모르고 이 집 가게 옆에서 줄을 서서 고역(?)을 치룬 사실이 있었다.

그 때 두번 다시 줄을 서서 사지 않으리라 했었는데

오늘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줄을 서서 빵을 기다리고 있다보니 신경질이 난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도 안 사먹으면 될것 아니냐고 빈정대면 할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나 같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내가 먹는 빵이 아니다.

내 옆에 붙어 사는 여시 같은 마눌이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마눌은 시집오기 전 처녀 때 부터 단팥빵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리고 먹을 때마다 투덜댔다.

“왜 팥고물이 이렇게 적을까? 밀가루만 잔뜩 들었잖아. 신경질 나게!”

이랬던 마눌이 작년 어느 날 소문을 듣고 기어이 이집 단팥빵을 먹어보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 날 이후부터는 틈만 나면 애간장 끓는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남편이란 무엇일까?

마눌이 그토록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사다 받쳐야하는 의무(?)를 다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나는 과감히 묵살했다.

나이 먹은 백발이 주책없이 어린 처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을

꼼짝없이 줄을 서야하는 고역(?)을 치러야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였다. 

아니 자존심보다는 이젠 체력이 당하질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또다시 이런 고역을 치렀고

마침내는 마눌앞에 빵 봉지를 두 손으로 받치고 말았다.

그리고는 바로 소파에 지친 몸을 뉘였다.

정말로 이젠 이런 남편노릇이라면 제발 사양하겠다.

 

 

 

 

 

 

아침 7시 정각에 도착했다.

이미 6명이 빌딩 가게옆 복도에 줄을 서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몇시에 나왔단 말인가?

다섯명까지는 간이 의자에 앉았다.

여섯 번째부터는 의자도 없이 서서 기다려야한다.

(동그란 원안이 빵집 입구다)

 

 

 

 

나는 일곱 번째.

여덟 번째의 처자가 신문지를 주어서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깔고 앉았다.

동병상련이라고 백발인 나나 어린 자기나 같은 처지라 신문지를 주었나보다.

 

 

 

 

8시쯤 되니까 내 뒤에 어느 새 10여명이 줄을 잇고 있다.

9시가 가까웠을 때는 통틀어 30여명이나 되었다.

대단하다.

 

 

 

 

 

드디어 9시 정각 문이 열리자 마자 우르르 몰려들어

진열된 빵을 판채로 두세판씩 들어내고 있다.

물론 일곱 번째의 나는 빈 손이다.

이미 다섯 번째까지의 손님들이 판채로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무섭다.

( 이 가게는 진열된 빵은 한 사람이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

대신 따끈따끈한 빵은 한사람이 한판씩 제한하고 있다) 

 

 

 

나머지의 사람들은 대기하고 있다가 방금 구워나온 빵을 사야한다. 

15명 이하의 대기 사람들은 혹시나하고 가다리지만…

 

 

 

 

이 빵집 AKI의 쥔장 정덕용씨의 졸업장이다.

소화 45년생, 1970년생이다. 일본 과자전문학교 출신.

평성 15년, 2003년에 졸업했다.

아직은 젊은 장인이다.

전도가 양양해 보인다.

 

 

 

 

 

 

 

 

 

두시간이나 기다렸다 간신히 산 단팥빵이다.

힘들여 샀지만 역시 껍질이 종이짝처럼 얉고 팥고물은 듬뿍 들어 있다. 

먹음직 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쓴말은 한마디 해야겠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AKI 빵집의 고질적인 의도적인 홍보 상술에 말리는 것 같다.

* 두 시간동안 서서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서 적어도 15개 정도의 간이의자를

준비했어야하는 친절을 보여야했다.

* 가게 입구 문에15명 이상의 손님은 빵을 살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는 게시문을 써 부쳐야 했다.

* “저 집 방을 사려면 두 시간은 기다려야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판매상술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미친 빵을 사려고 2시간 줄을 서는 미친 사람들!

나도 미친 사람들 중에 한사람이었다.

애효~!

(한판에 단팥빵 12개, 1개에 1,500원)

 

6월 30일에 Daum view가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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