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딸내미

(5)
아빠는 내가 책임질게 아침 8시. 꽉 막힌 자유로를 헤치며 달린다. 두 주일만에 재 검진차 달려가는 서울대학병원. "미안하다, 얘야!" "아빠, 제발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 아빠는 내가 책임질 거야" 언젠가 딸내미(출가외인)가 나한테 했던 말이 왜 이토록 가슴 저려올까?
나의 주치의는 딸내미 서울대 병원과 일산병원에서 주는 약 종류가 무려 8가지에 먹는 시간도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식전, 식후 10분, 30분 등등... 나 같은 고령의 나이로서는 헷갈리기가 일쑤다. 더구나 이번 전신마취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력마저 흐릿해 일일이 챙겨 먹는다는 것은 무리다. 이웃 동네에 사는 딸내미는 내 주치의다. 이병원 저 병원으로 나를 데리고 다니기에 내가 붙여준 이름이 '아빠 주치의'다. 이번에도 양쪽 병원을 두루 다니면서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아빠, 내가 보기엔 아빠가 치매 초기 증상이야. 그래서 이렇게 여러 가지 약을 제시간에 제대로 찾아 먹기엔 힘들잖아. 내가 약상자에 알기 쉽게 적어 식탁 위에 붙여 놓았으니까 수시로 읽어보고 챙기세요. 알았죠?" 할 수 없다. 고집을 피우기엔 내가 너무 ..
택배왔습니다 "백수! 이거 딸내미 집에 보낼 거야" "지금, 토요일 6시인데 일어났을까?" "일어나나 마나 현관문 앞에 놓고 와요" "녜에~" 이것저것 군소리대면 야단맞는다. 어젯밤 하나로마트에서 절임배추 사다가 아픈 손으로 겨우겨우 밤늦게까지 담근 겉절이 김치. 뒷처리, 그리고 무거운 것들은 모두 80넘은 나, 백수 차례다. 어휴~! 딸내미 집 아파트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시동 걸고 천천히 달렸다. 아파트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서 내렸다. 이윽고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현관 앞에다 김치 보따리를 살그머니 내려놓고 나서 바로 마당에 대기시킨 차에 올라 카톡 문자를 날렸다. '딸내미님, 택배 왔습니다' 그리고는 냅다 36계 출행랑. 집 가까이 도착하기 직전에 딸내미의 카톡이 꽥~! 하고..
더 이상의 생은 구걸하지 말자 "30번의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잇몸 뼈가 삭아 흘러내리는 겁니다" 18년 전인 2004년에 구강암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단골환자인 나에게 6개월 후에 다시 뵙겠다고 하면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처방전을 써주었다. 딸내미가 운전하는 차속에서 나는 눈을 내려감고 혼자 가슴속으로 되뇌이고 있다. 이번까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내 비상금 어디에 감출까? 삼식씨, 안녕? (86) …………………… 내 비상금 어디에 감출까? 삼시세끼 줄 창 집에서만 먹지 말고 가끔 밖에 나가서 좋아하는 순대국밥이라도 사 드세요. 엊그제 딸내미가 엄마 몰래 주고 간 용돈 5만 원 권 4장. 어디다 감출까? 한참을 궁리하다 책장 속 오랜 먼지에 퇴색해버린 ‘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