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

일요일 새벽 사우나에서의 지독한 넘 둘

728x90

 

 

 

 

 

일요일 새벽 4시 30분 조금 넘었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둠을 헤치며 동네에 있는 24시 사우나에 도착했다.

프런트엔 처음 본 젊은이가 표를 끊고 있었다.

새사람으로 바뀌었나?

나는 주머니에서 5천 원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일반요금은 7천원이지만 경로우대는 5천원이었다.

 

 

- 7천원입니다.

- 경로우대 아닌가요?

- 경로래도 새벽 5시 이전엔 7천원 받습니다.

-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그냥 봐주면 안 될까요?

- 안됩니다.

- 먼저 있던 젊은이는 5시전이라도 그냥 5천원 받았는데….

- 안됩니다.

 

 

일언지하에 냉정하게 거절한다.

참 빼도 박도 못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렇게도 융통성이 없는 걸까?

그렇다고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2천원이나 더 낸다는 것은 좀 억울한 것 같았다.

못이기는 체하고 2천원 더 내고 입장하면 되겠구만

내 꼬장한 성격이 결국 오기를 불러 일으켰다.

 

 

마침 드나드는 손님도 없는지라

일부러 그 친구 민망하게

프런트 앞 대기 벤치에 길게 몸을 뉘였다.

5시까지의 20여분을 꼬장하게 기다릴 참이다.

표끊는 젊은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흘낏 지켜보다 영 모른체 해버린다.

하기사, 표 받는 젊은이가 원칙을 지키겠다는데 어쩔 것인가?

참으로 주책바가지 나다.

 

 

잠간사이 시계바늘이 정각 5시를 가르쳤다.

나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5천원을 내밀었다.

그 친구, 미안한척도 않고 표를 내준다.

나 같으면 “죄송해요. 원칙이 그래서요” 라고 미소라도 지었을 텐데,

지독한 녀석(?)이다.

아니, 그 젊은이를 원망하기보다는

30분을 벤치에 들어 누워 대기하고 있다가 표를 끊은

내가 더 지독한 넘일지도 모른다.

 

 

뜨거운 욕탕 물에 몸을 담군 나는

지그시 두 눈을 감은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두 놈 모두 지독한 넘이였어. ㅋ

 

 

728x90

'나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스러운 세상  (0) 2015.03.01
내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0) 2015.02.01
반려 견 ‘새비’가 아파요  (0) 2015.01.18
창작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0) 2015.01.11
새해, 새날, 새아침 행복하세요!  (0)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