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스폰 소릴 들어 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스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 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 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음치인 나,
이상스럽게 한구절도 빼놓지 않고 흥얼거리며 나오는 노래가사가 신기하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어쩜 노래가사와 너무 흡사한 다방에 잠시 앉았다.
6,70년대의 추억이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난다.
- 위스키티도 있었는데
- 칼피스도 있었지.
왜 저기 메뉴판에선 없을까?
그리고 이쯤해서
‘베사메무쵸’가 낡은 전축에서 흘러나와야 제격인데
‘라 콤파르시타’도,
송민도의 ‘나하나의 사랑’도 어김없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아~! 그리고
한복 곱게 입고 빨간 루즈 짙게 칠한 마담이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내 옆에 끼어들듯 앉으며
- 순자야~ 나는 쌍화차다!
코맹맹이 소리를 지르며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떳는데…
우후~!
정말로 실없는 농담을 마담과 주고받다가
문득 열어 제친 창밖으로
싸늘한 늦가을바람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느낀다.
오늘 따라
밤바다의 파도가 꽤 유난스럽게도 소리치며 철썩인다.
갑자기 멜랑꼴리해지는 나.
ㅜ.ㅜ;
강원도 대진항의 ‘초양다방’
유명한 화장실이다.
찌모님이 졸라서 할 수 없이 뒤늦게 올린다.
볼품없지만 그런대로 깨끗이 청소를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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