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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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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기랑 유아잡지 '엄마랑 아기랑'의 표지다. 두터운 켄트지에 가느다란 사인펜과 파스텔만으로 그렸다. 당시엔 유아잡지로 상당히 잘 나가던 잡지였다. 1989년 3월호니까 어언 3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한국에 사는 소위 일러스트레이터라면 누구라도 한번은 이 잡지의 표지화를 그렸으면 하는 꿈들이 있었다. 운 좋게도 나는 이 잡지에 몇 번 더 그린 것 같은데 아깝게도 나에겐 보관본이 없다. 이 잡지 역시 요즘은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폐간되지 않았을까?
성냥개비로 그린 그림 성냥개비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는 유황이 있는 머리 말고 그 반대 끄트머리로 먹물을 적당히 찍었다. 이윽고 켄트지에 소녀의 얼굴을 쓱쓱 그린다. 성냥개비의 모서리로는 가늘게, 비틀어서 넙적한 곳은 굵게. 다 그렸으면 파스텔로 채색을 해서 마무리를 한다. 뭐, 꼭 붓과 연필을 쥘 필요가 있을까? 아무 도구라도 들고 내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 거다.
절제된 그림의 구도 1991년에 그려서 나온 동화책이다. 대략 30년 전이다. 글은 당시 인기 동화 작가 이규희 님이 쓰셨다. 지금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책장을 넘겨보니 나 자신 스스로 탄식의 한숨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마 이 시절쯤 해서 그린 일러스트가 나의 절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금 다시 그려도 이렇게는 잘 표현하지는 못할 것 같다. 플러스펜으로 선을 긋고 파스텔로 채색을 했었다. 한 장 한 장 절제된 그림의 구도가 상당히 멋스러웠다. 아~ 옛날이여~ ^^
습작 습작.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전에 숨을 한번 쉬어 보았다. 전체를 파스텔로 그리려고 마음 먹는다. 20호 정도의 크기로.
열정의 추억들 서재에 꽂혀있는 저 책들을 볼 때마다 지난날의 나의 흔적들을 본다. 어디 저 책들 뿐이랴. 아마도 100여 권이 넘을 것 같다. 수채화로, 파스텔로 닥치는 대로 그려 출판사에 넘겨 한 권의 책들로 세상에 빛을 보았다. 그 바쁜 신문사에 다니면서도 과외로 밤새는 줄 모르게 열정을 퍼부었던 한 권, 한 권의 아스라한 기억들. 지금 그 열정이 새삼 부럽기만 하다.
요즘 뭐하고 지내요? '코로나 19'시대에 요즘 뭐 하고 있느냐고 묻는 친지들이 있다. 중앙일보 '깍지 외할미' 일주일에 한 번 그리는 연재물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도 잠깐잠깐 시간이 나면 쌓아놓은 켄트지가 아까워 한장씩 꺼내어 즐겨쓰는 파스텔로 한장씩 여백을 메꾸고 있다. 가로 50센티 세로 40센티. 제법 큰 사이즈의 그림들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파스텔 잡은 손에 힘이 없어서인지 세세한 그림을 터치할 때마다 사뭇 떨려 그림을 망치고 있다. 내가 즐겨 그리는 감나무집 할매 그림도 옛날 같으면 두세 시간이면 마무리 지을 그림인데도 그리고 또 지우고해서 한 장을 완성하는데 며칠을 걸리는 가 모르겠다. 이번 그림도 벌써 사흘이 지나가는데도 절반을 완성치 하지 못하고 있다. 에휴~! 써글넘의 인생!
세월 참 빠르다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그린 것 같은데 벌써 11년 전이라니... (사인의 날짜를 보고 알았다) 경북 상주의 남장사를 1박 2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었던 기억이 새롭다. 절을 둘러싼 낡은 기와 돌담이 내 눈을 아프게 다가와 조그마한 스케치 북에 로트링펜과 파스텔로 몇 장을 그렸었다. 대충 그렸어야했는데 너무 꼼꼼하게 그린 것 같다. [나의 傑作選25]
파스텔 전성기 나의 파스텔 전성기에 그렸던 일러스트 두 점중에 하나. 그렸던 년도 표시가 없어 안타깝다. 대략 17, 8년전 쯤이 아닐지... 그리고 어느 책에 실렸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원화만 남아 있다. [나의 傑作選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