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성화같은 여제자의 초대에
마지못해 아내와 나는 경기도 용인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문화주택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어느새
40대 중반이 다 되었다.
엊그제 예쁘고 깜찍한 소녀티를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그녀와 남편의 정성어린 식사 초대를 즐겼다.
두 마리의 강아지와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행복을 지어내는 일상의 여제자.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미술학도를
내가 권유해서 북디자인을 가르쳤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 셋을 넘어 깨우치는 그녀,
지금은 스승을 뛰어 넘은 거장(?)이 되었다.
푸근한 마음으로
돌아오려는 차창 문을 열고 제자는
“스승님 제가 못다 한 말을 편지로 썼어요.”
하면서 큰 봉투를 밀어 넣었다.
“무슨 말을 또 편지로 썼을까?”
아내가 운전하는 옆에서 나는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 속엔 편지 외에도 작은 봉투 두 장이 들어 있었다.
그 속에는 거금이
아내와 내 것으로 나눠 똑같이 들어있었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이게 뭐야?”
더 이상 말문을 열지 못했다.
두 시간에 걸쳐 집에 오는 내내
아내와 나는 격한 마음에 말을 잘 나누지 못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당황했지만 한편으론 참으로 행복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멋진 제자를 둔 것에
마음 설레 금방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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