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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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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의 인상 "어휴~ 8학년이랍니다!" - 8학년의 인상 - " 야, 인마! 너 누구니? 그걸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니? 나도 인상이 더럽지만 네 얼굴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구나 도대체 어디서 온 놈이야? " 오늘 아침 화장실 거울에 나 말고 험악한 강적이 불쑥 나타났다. 놈은 찌그러진 인상으로 계속해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 누... 누구냐고? "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
마눌님이 생각하는 나 "어휴~ 8학년이랍니다!" 때로는 실망스럽고, 그래서 안쓰럽고, 그러다 갑자기 꼴 보기 싫고... 어느 때는 사랑스럽고, 짠하고, 그래서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마눌님이 생각하는 지금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가다 거울에 비춰진 나의 초라한 몰골을 슬쩍 훔쳐보면서 문득 느낀 생각들이다. 때아닌 화장실에서 별스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가끔, 이런 주책스러운 생각을 한다. 이 모두 쭈그렁 바가지가 된 '8학년'의 나이 탓일까? 에구~ 정말 못났다. 짜샤! 정말 쭈글스럽다. 쯧쯧쯧...
수염난 노숙자 여고 동창모임에 간다며 현관문 열고 나가려던 마누라가 문을 열다 말고 휙~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거실에 어정쩡 서 있는 나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그 큰 입으로 한참을 씰룩거린다. "아무리 집안 구석에 빈둥거리는 신세더라도 수염은 좀 깍지 그래. 꼭 역전에 누워있는 노숙자 같잖아..." "................" 옛날 같았으면 버럭 화를 낼만한데 오늘도 나는 여느 날과 같이 마누라의 얼굴을 멍하니 초점 없이 쳐다만 본다. 이윽고 마누라가 나간 후에 나는 어슬렁어슬렁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거울 속 남자를 훔쳐본다. 거울 속엔 정말로 수염이 덕지덕지 솟아있는 노숙자 한 녀석이 맹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짜샤~! 왜 이렇게 사니?"
내 남편의 행복은? daum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