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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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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또 왔다. 정녕 가을은 또 왔나 보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본다. "얘들아! 안녕! 1년 만에 다시 보는구나"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는 살며시 헤아려본다. 앞으로 몇 번이나 얘네들을 볼 수 있을까?
아파트 무미건조한 시멘트로 만들어진 집. 그나마 신록의 내음으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참 고맙다. 아~! 조각진 푸른 하늘도 살짝 보인다. 행복이 별건가.
늦게 핀 아파트의 꽃 '일산'은 경기도에 있다. 따뜻한 남쪽보다 한참 위 북쪽이다. 그래서 봄소식은 늦게야 온다. 아파트 마당을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다투어 피어나는 진달래, 철쭉들이 저마다 찐~한 꽃내음으로 나를 유혹한다. "얘들아! 정말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감옥살이 아파트 11층 베란다에서 내다본 저녁 풍경이다. 삭막하기 그지없다. 참 재미 없는 곳에서 산다. 아~! 맞다. 나, 코로나19 녀석 때문에 감옥살이 하고 있는 걸 깜빡 잊었다.
노을 무심코 베란다의 창문을 열었다. 무르익은 초저녁 석양이 시야에 꽉 차게 들어왔다. "오우~ 멋지네!" 실로 오랜만에 나온 나의 찬사다. 베란다 창문 밖을 매일 수없이 열어볼 때마다 "아~ 아파트가 너무 낡았어!" 시쿵둥한 반응을 내 쏟던 나는 부끄러웠다. 아마도 내 얼굴은 보나 마나 저 석양의 붉은 노을보다 더 붉어졌을지도 모른다.
가을은 또 간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일본여행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약속된 화우회 동우들과 여수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무리한 것일까? 일주일 내내 감기몸살 기침으로 몸이 완전 녹다운 됐다. 오늘 오랜만에 아파트 주위를 걸었더니 노란 낙엽으로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참 아..
봄비가 온다는 이유로 1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곧장 아파트의 정문까지 제법 울창한 숲길이 나타난다. 그 길에 오늘 아침은 봄비가 내린다. 촉촉이 내리다가도 금세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짓궂게 소리치면서 내리 퍼붓는다. 받쳐 든 우산 위에서도 후두두 빗소리가 들린다. ..